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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노인 Feb 05. 2020

약국 영양제 뭐가 다를까?

종종 약국에서만 파는 영양제가 있다. 온라인으로도 쉽게 구할 수 없고 제품 패키지에도 '온라인 판매 불가'와 같은 딱지가 붙어있다. 이 녀석들의 정체는 뭘까? 뭔가 특별한 제품들일까? 오늘은 약국에만 공급되는 약국 영양제에 대해 알아보자.

약국 영양제

출처: 이말년

약국에서 영양제를 사본 적 있는가? 아마 두 가지가 당황스러울 것이다. 첫 번째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제품을 추천하는 것, 두 번째는 가격이 매우 비싼 것. 우리가 흔히 아는 얼라이브, 센트룸, 세노비스 같은 걸 생각하고 갔다가 생소한 제품을 보니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또 어떤가. 4만 원부터 10만 원이 넘는 영양제를 보여준다. 약국 영양제가 비싸고 가성비 똥망이라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당신은 오프라인 구매는 역시 별로고 해외 직구가 짱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출처: 대웅제약

약국에서 추천하는 영양제의 정체는 뭘까? 두 가지 중 하나다. 일반의약품이거나 담합이거나. 일반의약품은 말 그대로 영양제가 아닌 의약품으로 분류된 제품이다. 가장 쉬운 예는 우루사. 우루사는 주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의 양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뉜다. 보통 TV에 광고하거나 약국에서 주는 제품은 UDCA 25mg 짜리로 가장 적게 들어있는 제품이다. 심지어 인삼이나 타우린도 섞여있다. 하지만 가격은 우루사 제품 중 젤 비싼 게 난센스.



가격은 1만 원 정도

잘 팔지 않는 우루사 중 UDCA 100mg 짜리가 있다. 과거에는 전문의약품이었지만 이젠 일반의약품이라 처방전은 딱히 필요하지 않다. 심지어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원래 조제용으로만 판매됐으나 지금은 누구나 살 수 있다. 다만 약국에서는 잘 추천하지 않는데, 마진이 많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라면 전문 의약품을 제외하고 가장 가성비 좋은 제품이다. 효과도 마찬가지고.


약국 영양제, 담합으로 가격 부풀리기?

자, 이제 담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사실 일반의약품보다 이 이야기가 핵심이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당부할 점은 모든 약국, 약사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양심적으로 판매하는 약사들도 매우 많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은 약사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5,400가지 제품을 들여오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레몬박스라는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제품 수급이었다. 유저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제품 풀을 확보해야 했는데, 우리가 잡은 기준은 5천 가지였다. 국내에 아무리 영양제가 많아도 5천 가지를 추려내기란 어려운 일이어서, 매일 제품을 사서 먹어보고 분석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도소매업체는 전부 접촉했던 것 같다. 온라인 폐쇄몰부터 홈쇼핑, 제조원, 코스트코, 도매 장터까지 연락 안한 곳이 없을 정도.


우리 멤버 중엔 약사 출신도 있었고 자연히 약사 시절 공급받던 도매 루트와도 컨택이 이루어졌다. 도매 업체 팀장님은 미팅에 나와서 어럽사리 말을 꺼냈다.


"저희 제품들이 약국에만 공급되는 거라서요.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안 되는 건데... 참 난감하네요. 이게 거래하는 약사들이 알면 큰일 나요. 일단 몇 번 드리겠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더 못 드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건네받는 제품 목록과 가격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심한 경우 약국 판매가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의 공급가가 책정되어 있었다. 물론 도매상은 제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품 단가가 높다. 문제는 약국에선 그보다 적게는 50%, 많게는 1,000% 이상의 폭리를 취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미팅 자리에서 서로 비밀이 담긴 무언의 눈빛을 교환했다.

결국 당신이 약국에서 추천받는 처음 본 비싼 영양제는 카르텔의 산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그런 제품들을 들여와서 저렴하게 추천한다. 마진이 많이 남진 않지만 자유시장경제의 논리가 어긋나는 건 소비자에게 매우 불공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걸 약사들 눈치를 봐가며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가지만 어쩌겠나. 칼자루 쥔 놈이 장땡인 세상인데.

출처: HIT news

영양제나 약에 대한 담합은 과거에도 자주 있었다. 불과 두세 달 전인 2019년 11월엔 의사, 약사, 도매상까지 합심하여 982명의 환자 처방전을 도매상에 넘기고 4억 원 대의 약을 유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비슷한 일들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전문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의 영역에선 더욱 공고하다. 돈이 되고 쉽기 때문이다. 호갱 몇 명만 잘 물어도 하루 일당은 충분히 뽑히니 말 다 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약국에서 영양제 사 먹지 말라는 소리다. 억울하지만 소비자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눈뜨고 코베어 가는 세상이다. 약국에서 뭐 먹어야 하는지 슬쩍 물어보고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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