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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끝났다고? FT 기사는 다르다.

by 레포르트

'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는가?'라는 제목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사 전문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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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언론이 인용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기사는 한국에 있는 FT 기자가 썼습니다.

부제는 '수십년의 성장이 멈추면서 경제모델을 개혁하고 제조업 의존도를 낮추려고 애쓰고 있다'(혹은 반대로 개혁과 제조업 축소로 성장이 정체됐다)이고 필자는 크리스천 데이비스입니다.


FT의 'Big Read'는 한면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는 기획입니다. 큰 의미 없는 라운드업 기사인 경우가 많지만, FT라는 지면 때문에 많이 읽히지요. 이 번 한국 기사의 경우 그래프도 여러개 들어가고 다양한 시각을 넣어서 읽어볼만 합니다.


한국 언론이 이 기사를 인용하면서 커뮤니티에서는 대부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비난하는데 소비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어떤 면에서는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어느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역사적인 과제를 풀기가 쉽지 않지만,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문을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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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는가?


서울에서 남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용인 외곽에서 대규모 인부들이 한국 대통령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비하고 있다.


인부들은 하루에 4만 입방 미터의 흙을 퍼나르면서, 산을 반으로 잘라내 세계에서 가장 큰 3층짜리 제조 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생산 시설의 새로운 클러스터의 기초를 놓고 있다.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가 910억 달러를 투자한 이 1,000에이커의 부지는 용인의 4,710억 달러 규모 "메가 클러스터"의 일부인데, 삼성전자는 300조원(2,200억 달러)을 투자했다. 이 개발 계획은 정부가 감독하는데, 이 나라의 선도적인 수출 산업이 아시아와 서방의 경쟁자들에 뺏기리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칩 클러스터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달 용인 현장에서 SK하이닉스 임원들에게 말했다.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용인 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인정한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최첨단 메모리 칩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AI 관련 하드웨어에 대한 급증하는 미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성장 동력인 제조업과 대기업을 두 배로 늘이겠다는 정부의 결정이 기력이 바닥날 조짐을 보이는 경제 모델을 개혁할 의지가 없거나 무능력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우려한다.

한국은행은 1970~2022년 평균 6.4%였던 연간 성장률이 2020년대에는 평균 2.1%, 2030년대눈 0.6%로 둔화되고 2040년대에는 연간 0.1%씩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 같은 낡은 모델의 기둥들이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전력의 경우 국영 에너지 독점 회사로 한국 제조업체들에게 제조 비용을 크게 보전해주었는데, 1500억 달러의 부채가 쌓였다. OECD 37개 회원국 중 한국보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뿐이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서 발명한 반도체와 리튬이온 배터리 같은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강점이 있었지만 새로운 "기반 기술" 개발에는 약점을 드러내면서 중국의 경쟁자들이 혁신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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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보면, 여러분은 한국이 매우 역동적이라고 짐작할 것입니다" 라고 박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모방을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의 경제 구조는 1970년대 이후로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인구 위기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보다 거의 35% 줄어들면서 국내총생산은 28% 감소한다.


최상목 재무장관은 이달 초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성장 모델을 고수한다면 한국 경제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올 AI의 세계적인 붐이 한국의 생산성과 인구 문제에 해결책을 제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한국 경제 전체를 구원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급감하는 출산율, 낙후된 에너지 산업, 저조한 자본 시장까지 이르는 다양한 문제에 한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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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정치 리더십은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적 대통령의 행정부로 나뉘어져 있다. 이달 초 총선에서 좌파 정당들이 승리했다. 2027년 차기 대선까지 3년 이상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산업은 오래된 모델에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라고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의 전 한국 통상부 장관 여한구씨가 말했다.


"다음에 벌어질 일들에는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오래된 모델"을 개혁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빈곤한 농업사회에서 반세기도 안 돼 기술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국가주도 자본주의의 성과는 "한강의 기적"으로 알려졌다. 2018년 구매력 평가에서 측정된 한국의 1인당 GDP는 이전 식민지 점령국인 일본의 GDP를 능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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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경영 파트너인 송승헌씨는 한국이 두 번의 큰 도약을 했다고 말한다. 그 중 하나는 기초 상품에서 석유 화학과 중공업으로 옮겨간 1960년대와 1980년대 사이, 그리고 두 번째는 첨단 기술 제조업으로 옮겨간 1980년대와 2000년대 사이다.


2005년과 2022년 사이 한국의 10대 수출 상품에 등장한 새로운 부문은 디스플레이 하나 뿐이었다. 중요 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선도적 지위는 위축됐다.


2012년 한국 정부가 선정한 120개 중점기술 중 36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던 기술이 2020년에는 4개로 줄었다.


박 교수는 현재 창업 3세대가 다수를 경영하고 있는 한국의 주요 대기업, 즉 재벌이 배고픔에서 태어난 '성장 사고방식'에서 안일함에서 태어난 '현직 사고방식'으로 표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부상과 글로벌 기술 붐이라는 쌍둥이 수요와 삼성과 LG의 대규모 투자로 일본의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가져온 이후 한국경제는 10여년 간 성장했으나 2011년에 그 정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중국 기술 기업들이 최첨단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경쟁사들을 따라잡았다. 이는 한때 고객이거나 공급업체였던 중국 기업들이 경쟁자가 되었다는 의미다. 삼성과 LG는 불과 몇 년 전 그들이 장악했던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박 교수는 주요 대기업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많은 이익은, 독점 계약 관계를 통해 가격 압박을 받고 있는 국내 공급업체를 희생하면서 얻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한국 노동력의 80%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직원이나 인프라에 투자할 돈이 부족하여 낮은 생산성이 더 악화되고 혁신을 둔화시키며 서비스 부문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


“예전에는 재벌이 국내의 혼란으로부터 보호받아 야 해외 경쟁자들을 이기는데 집중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기득권이 돼 한국 기업의 혁신을 방해하고 자기 파괴에 매우 취약해졌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21년 대한민국 GDP의 거의 절반이 한국인의 6%만을 고용한 대기업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런 한국의 이중 경제는 사회적 지역적 불평등을 낳고, 이는 결국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서울과 그 주변의 소수 명문대와 고임금 직업을 두고 더 심한 경쟁을 겪도록 만들었다.


한국 젊은이들이 가중되는 학업과 재정적 사회적 부담으로 고심하면서 한국의 출산율은 더욱 낮아졌다. 한국은 OECD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자살률도 가장 높다. 국제금융연구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에 따르면 한국은 또한 선진국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한국 신혼부부의 평균 빚은 12만4000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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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서구 기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57.5%이지만, IMF는 과감한 연금 개혁이 없으면 향후 50년 동안 이 부채가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70년까지 한국인의 46%가 65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이미 선진국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맥킨지의 송(Song)은 “성장 둔화로 출산율 감소가 발생해 성장이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용인 메가 클러스터는 한국이 훨씬 더 가난하고 덜 민주적이던 시기에 처음 개발된 경제 모델을 지켜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에 발표됐지만 건설 허가와 수도 공급 문제로 여러 해 늦춰졌다. 2027년에 첫 번째 클러스터가 완성되면(나중에 더 많은 클러스터가 계획됨),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클러스터에 전력이 어떻게 공급될지도 불분명하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충분한 공급과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초당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에 필요한 D램 메모리 칩을 포함한 AI 관련 하드웨어 수요 급증을 예상하면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프로세서와 함께 사용되는 고대역폭(HBM) 메모리 칩에 대한 투자자들의 흥분 속에 SK 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두 배 이상 올랐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잠재적 경쟁업체들의 대규모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국가적인 용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넉넉한 보조금을 통해 자국의 칩 제조 능력을 되살리려는 미국과 일본의 노력을 꼽았다.


“우리 기업들이 계속 해외에 공장을 짓는다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잃을 수 있다. 국내에 집중적인 시설을 갖추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주 삼성은 AI 관련 칩 예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텍사스에 4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고대역폭 메모리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국 경쟁업체가 한국의 노하우를 흡수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칩 클러스터의 확산이 만성적인 공급 과잉과 비효율로 이어져 수익성을 더욱 저하시킬 위험도 있다.


삼성의 텍사스 프로젝트에는 미국 정부가 최대 64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의 혜택을 지급한다. 한국 정부는 다른 국가의 이런 인센티브 때문에 힘들다.


다가오는 AI 시대가 한국이 제조업과 대기업을 지키는데 머물지 않고 더 시야를 넓힐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AI 칩 설계 스타트업 Rebellions의 박성현 대표는 한국이 AI에 필요한 4가지 핵심 요소 중 3가지(로직, 메모리, 클라우드 서비스) 역량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이제 네번째 요소인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AI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하드웨어에서 우리가 가진 강점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면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벨류체인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이는 세계 최고의 대규모 언어 모델 제조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씨의 주장은 비관론자들에게서도 반향을 일으킨다. 한국이 반도체 관련 제조업과 하드웨어 분야만 계속 강조하면 비용 증가로 지속 불가능할것이라는 비관론이다.


그러나 전 SK하이닉스 엔지니어이자 '반도체 제국의 미래'의 저자인 정인성은 한국이 기존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항상 하드웨어가 필요하고, 반도체도 항상 필요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생산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면 향후 AI 혁신으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해자는 넘기 어렵지만 이 문제는 양방향으로 작동한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메모리 칩 회사는 AI 칩이 인간 두뇌의 작동과 더욱 유사해지는 획기적인 기술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AI가 엔비디아 GPU에서 영원히 실행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미래 경제에 대한 경고가 과장된 것이라고 본다. 많은 선진국들이 한국과 같은 첨단 제조업 기반을 포기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생명공학 분야에서 중국 경쟁 기업들이 서구 시장 진출에 제한을 받고, 대만의 안보 우려로 한국을 대안으로 삼는 수요가 증가하리라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 승패가 한국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방위산업과 건설 제약 전기차 엔터테인먼트에 이르는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아프리카 남미로 방향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한국은행은 인구통계학적 위기와 성장 전망에 관한 가장 불운한 시나리오는 도시 인구 집중도와 청년 고용 등 다양한 지표에서 한국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능력도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개혁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대학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교육비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연금, 주택, 의료 부문 개혁은 정체된 반면, 대기업에 대한 국가 의존도를 억제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늘리고, 기업 가치를 높이고,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서울을 선도적인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오랜 캠페인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


최재경 장관은 “한국의 DNA에는 역동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 경제의 개혁에 대한 믿음을 천명했다.


“우리는 경제적 역동성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책을 재설계해야 합니다.”라고 최씨는 말합니다.


“하지만 기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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