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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제야 들리는 몸의 소리

17. 허리가 약한 체질이시네요.

by FA작가


주말에는 예약하기 어렵다는 한의원에서 두 달 만에 초진을 받게 되었다.

주차장을 찾아 빙빙 돈 마음처럼 진료를 받기 전까지 마음이 어수선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의자를 깔고 앉아 대기해 있었고 진료실에도 사람들이 가득해서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1시간이 지나자 차례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조금 한산해졌다.

자리를 찾아 앉으려 하자 다시 몰려오는 예약자들을 보니 이곳이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20분쯤 멀뚱이 서서 기다리니 이름이 호명되고 원장선생님의 진맥을 받을 수 있었다.

“평일에는 오시기 어려우시죠?”

“네~ 토요일에나 다시 올 수 있어요”

원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3일 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이런 체질은 홍삼과 흑염소를 피해야 합니다”

“어.. 철이 바뀔 때마다 홍삼 꼭 먹었는데.. 흑염소도 힘들 때 아주 가~끔 먹고요..”

“몸에 맞지 않아요. 커피도 마시지 말아야 해요!”

“하루에 한잔은 마셔야 일을 할 수 있는데요!”

“그럼 건강 회복되기 전까지 끊어보세요”

건강 회복을 위해 여러 가지 제약을 받으니 생각이 많아지고 기분이 묘해졌다.

그동안 잘 먹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양말을 벗고 앉아있는 방에서 담당 한의사를 기다렸다.

하얀색 상의의 생활한복을 입은 한의사가 차트를 보면서 증상에 대해 다정하게 물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침을 놓는 짧을 시간에 불편한 증상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의 차례..

“저는 허리와 목이 아픈데 오른쪽만 아파요”

그러자 왼쪽발의 네 번째 다섯 번째 발가락 근처에 3개, 왼쪽 검지 손가락에 1개의 침을 놓았다.

“저는 오른쪽이 아픈데 침을 왼쪽에 놓나요?”

“네.. 처음 오시면 왼쪽에 4개의 침을 먼저 맞고요. 다시 오른쪽에 맞으실 거예요”

"네..."


“이제마의 체질에 따라 분류하면 환자분은 소양인이십니다. 몸에 열이 있는데 몸을 뜨겁게 달구는 성질이 있어 진액이 많이 소진될 수 있습니다”

‘진액....’

소양인이야기는 전에 집 근처 한의원에서 약 지을 때 들어봐서 알고 있었는데 진액이라는 이야기는 생소하게 들렸다.

동의보감에서 찾아보니 ‘피부가 열려 땀이 줄줄 나오게 되는 것을 진(津)이라고 하고 귀와 눈, 입, 코와 같은 곳에 머물러 흐르지 않는 것을 액(液)이라고 하였다. 진액이 부족해지면 목과 눈이 마르기도 하고 관절의 움직임이 불편해지고 이명이 생기기도 한단다.


생각해 보니 몸이 나빠지면서 물을 마셔도 입이 바짝 마르고 피부도 푸석해지면서 눈도 자주 뻑뻑해지는 불편함이 생겼던 것 같다.

“소양인 체질은 하체의 힘이 약해서 허리 아픈 사람이 많이 있으니 하체 건강에 더욱 신경 써줘야 합니다”

운동할 때도 하체힘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럼 나는 체질적으로 허리가 약했던 건가??'

체질을 알게 되니 건강을 위해 정성을 들여줄 것들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는 만큼 보인 다했던가~

내 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니 좋은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운동은 물론 먹는 것도 잘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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