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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제야 들리는 몸의 소리

18. 심열(心熱)

by FA작가


한의사에게 심장에 열이 많아 진액이 마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오이를 먹기 시작했다.

먹던 오이가 떨어져서 동네 마트를 갔다.'백오니 3개 5980원'

헉... 앙증맞은 크기의 오이의 가격이 생각보다 사악했다.

오이를 잘 씻어 위아래 꼭지를 자른 후에 감자 깎는 칼로 껍질을 벗겨 생으로 먹는다. 어릴 적 시골 앞마당에서 따 먹었던 그 맛은 아니지만 나름 시원하고 좋았다.

덕분에 입 마름도 줄고 몸의 당김도 덜 한 느낌이 들었다.

아프기 시작하면서 간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것보다 생으로 먹는 채소들이 더 좋아진 것 같다.

물을 마실 때 보다 갈증이 더 해소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하체 운동도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계속하다 보니 다리에 부기가 조금씩 빠지고 상체살이 족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어.. 허리가 줄었나?'

살이 찌면서 방치해 두었던 줄자를 오랜만에 꺼내 들고 사이즈를 재보었는데 1cm 정도 줄어 있었다.

문득 나는 왜 내가 이렇게까지 아프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님 참았을까?

골반이 틀어진 것도 알고 있었고 허리가 아픈 것도 목이 아픈 것도 알고 있었는데...

왜 몸을 위해 행동하지 않고 미루기만 했을까?


한의원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간호조무사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여러 번 불러도 그 사람이 나오지 않아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두사람정도 호명하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아주머니가 “000 여기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젊은 여성은 차갑게 “순서가 지나서 다시 접수하고 오세요”라고 하였다.

아주머니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여러 번 말해도 젊은 여성은 더욱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소리를 뒤로 하고 예약한 방에 앉아 기다리는데 새로 오신 60대의 자매분이 옆자리에 앉아 좀 전에 그 이야기를 했다

“젊은 여자가 너무 야박하네”

“그러게 아까 그 젊은 여자도 큰소리로 뭐라고 했잖아.. 쯧..”


담당 한의사가 옆자리의 70이 넘으신 할머니께(소양인 체질) 침을 놓아주며 “제 얘기 들으셨어요? 소양인은 남 일에 신경을 참 안 써요 그렇지요!”라고 말했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정말 나는 남의 일에 신경을 잘 안 쓰는 걸까? 아니면 미루는 걸까?... 아까 곤란해하는 아주머니를 왜 도와주지 않았을까? 나는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심장에 열이 많다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심열(心熱)이라고 하며 열이 과도하게 쌓이면 정신적인 문제와 신체적인 불균형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한다.

화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보면 나의 경우는 쓸데없이 너무 참거나 미뤄서 불균형이 생긴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제라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좋은 것도 미루지 말고 표현해 보자!

몸도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말하지 않는가.. 상대방에게 큰 무례가 아니라면 불편함을 말해보자

“이쁜이 이제 너의 열을 내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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