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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모음집

집시소녀

경고

by 임경주



너희는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지


학교를 벗어나고 규칙을 깨고

어른들의 말에 귀를 닫는 걸 자유라고 믿어

하지만 나는 진짜 자유가 뭔지 알아


나는 집시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모두 떠돌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해

누군가는 교활하다고도 해

우리의 자유는 선택이 아니야

자유밖에 남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는 거야


알아

너희의 가출도 선택이 아니란 걸

하지만 난 나를 함부로 하지 않아

내 웃음은 시끄럽지 않고 이 밤을 고요하게 해


웃음 뒤에 숨은 불안과 외로움 두려움

그건 내가 너무 잘 아는 감정이야


너희가 버린 교복은

내가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꿈


너희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하지

맞아 세상은 불공평해

하지만 그 불공평을 분노로 태우고 소모하면

너희는 결국 그 불 속에서 자신을 태우게 될 거야


나는 말하고 싶어

상처를 이유로 상처를 주지 마


외로움을 핑계로 자신을 망치지 마


너희가 지금 걷는 길은

내가 이미 지나온 길


그 끝엔 아무것도 없어

오직 후회와 되돌릴 수 없는 시간만 있을 남아 있을 뿐


그러니 멈춰

한 번만 멈춰서

너희 자신을 바라봐


너희 안엔 아직 불꽃이 있어

파괴가 아닌 변화의 불꽃이야


나는 집시소녀

세상 끝에서 살아남은 아이


너희에게 경고해

자유는 책임을 동반할 때만 진짜야


그걸 모른다면

너희는 자유로운 게 아니라

그저 방향을 잃은 그림자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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