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어떤 이야기를 만들 거야?
내가 보는 넌 무엇이든 다 가능해
이를 테면-
제목을 아파트로 지어봐
닭장의 암탉이 탈출해 비상하는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겠지만 조금 식상하니까 다른 고민도 해보는 거야
그러다 보면 아파트가 무한의 도서관이 될 수도 있어
이를 테면-
제목을 옷걸이라고 지어봐
거는 건 무엇이고 걸리는 건 무엇일까?
구름은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것일까?
구름을 잡는 특별한 아이가 없으라는 법은 없잖아?
아 손오공의 근두운이 있었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의문의 꼬리를 계속 물고 들어가
넌 할 수 있어
그러다 문득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누군가가 갑자기 들어와 너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참 신비로워
그게 누군지는 나도 몰라
알고 싶어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작은 사물에도
그 어휘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는 계속 연결 돼
이야기는 만들다 보면 이게 내가 만든 건지 누군가가 내 안에 들어와서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참 많아
그래도 너야
네가 해낸 것이야
너만의 언어로 네가 이루어 낸 거야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더 해봐야 늘지도 않고
정체된 것 같지만 절대로 아니야
더 심해질 땐 내가 참 병신 같고
머저리 같고
그냥 다 포기하고
여기에서 도망치고 싶어지는 시간도 찾아와
최악이야
속수무책이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야
하지만 아니야
댐 앞에 고인 물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으로 계속해서 낙엽도 쌓이고
모래도 굴러와 쌓이고
작은 돌도 쌓이고 가끔 단비도 내려주어서 수위가 점점 올라가
글 솜씨도 퇴적물처럼 쌓이고 쌓이는 거야
그러다 때를 만나
한 번 넘쳐나면
댐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때는 그냥 나아가는 게 아니고
폭발적인 역량으로 나아가
압도적으로
우리가 뭔가에 압도당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숭고함 때문이야
내가 보는 넌 그래
확실해
그러니까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