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하루 종일 비가 올 듯 말 듯 해
해가 뜨던지
아니면 차라리 시원하게 내려 주던지 했으면 좋겠어
잘 지내고 있다니 참 다행이야
네 편지 영식이 녀석에게 보여줬어
나 어떻게 해야 하냐고
이 녀석 나만 나쁜 놈이래
너 이런 편지 받고도 헤어지면 진짜 나쁜 놈이라고 그러네
그래 알아
부족한 나에게 정말 잘해준 거 알아
난 그만큼 못해준 게 사실이고
그런 생각을 해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네 편지 읽고 한동안 먹먹했어
차라리 욕을 하지 그랬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따지지 그랬어
그래 만나는 사람 있어
우리 서로에게 모진 말하고 함부로 상처 줄 때
그래도 이별은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을 때
그땐 분명 없었던 사람이야
안 믿겠지
사실 네가 자꾸 생각나
이런 말하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천안 올 때 연락할 필요는 없어
내 짐은 다 버려도 돼
미안하다는 말은 못 하겠어
고마웠다는 말만 남길 게
잘 지내
아프지 말고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