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좀 닮았음
부당거래의 주양이 겁이 많아 검사가 된 것처럼 나 역시 살아오면서 겁이 많아 숨을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주양과 다른 게 있다면 난 아직 정의롭다.
아, 정말 못 쨍긴 내가 류승범과 진짜로 많이 닮았다는 말을 평소에도 주변에서 자주 듣기는 하는데, 근데 그게 영화 속의 주양과 류승범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무슨 연관이 있다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 속의 주양은 영원하고 류승범과 나는 유한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그리고 참고로 나는 윤계상도 닮았다… 고 주변에서 그런 말을 가끔씩 하곤 한다.
그 뒤에 붙는 말은 못 쨍긴 류승범 어설픈 윤계상.
뭐 암튼 그렇다.
아무튼 난 영화와 책에 미쳤고 책 속에 숨어 살아왔는데 인생 참 꾸물꾸물거리다 첫 직장을 잡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가장 기뻤던 건 내가 사고 싶은 책을 언제든 맘껏 살 수 있는 위치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었다.
한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상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다섯 권 빌려오면 다 읽지 못하고 그래도 한두 권은 읽고 반납하게 된다. 중요한 건 한두 권이라도 읽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사면 몇 달은 내 컴퓨터 옆에서 제목만 자랑하다가 책꽂이로 반납된다. 다음날도 역시 안 읽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안 읽는다. 왜 샀지? 어쩌면 장식이다.
이게 뭐냐면 내 거니까 언제든 내가 볼 수 있을 때 볼 수 있으니까 아껴두고 있다는 건데 이건 다 새빨간 거짓말이고 핑계다.
이대로 가면 죽을 때까지도 안 읽고 책꽂이에 그대로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의 가치는 유한함에 있다.
무한한 것에는 그 어떤 가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