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노약자와 심신이 약하신 분은 클릭금지
내가 귀신을 눈앞에서 아니 바로 코 앞에서 목격한 건 딱 두번인데 공교롭게도 피아노와 연관이 있고 같은 귀신이다.
에이 요즘 세상에 무슨 귀신이냐고 소설 쓰고 앉았네 하며 믿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조금의 과장도 없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준비하면서 나름 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뭐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자격증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군발이들 휴가 나오면 시간이 너무 아깝고 막상 자대복귀하려면 덧없기에 막 제대를 하면 시간은 금이다. 소중히 여기고 아껴 쓰는 근성이 생긴다.
나 역시도 남는 시간을 허투로 버리고 싶지 않아 어렸을 때부터 꼭 배워보고 싶었던 피아노 학원을 찾아갔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원장선생님이 참 예뻤다. 바이엘과정 이렇게 빠른 사람 첨 본다며 어디에서 뭐하다가 왜 이제야 눈앞에 나타났냐고 칭찬해 주시는데 난 바보가 아니니까 이것도 십원짜리 비행기란 걸 알면서도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 배웠다.
그렇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며 살아가던 뜨거운 청춘의 어느 날이었다.
시간은 정확히 밤 11시 30분이다.
당시 난 결혼한 막내누나네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우리집 삼촌 방에는 희망이 없다는 남의 집 조카와는 달리 내 조카에게 항상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삼촌의 희망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날도 열심히 일하고 피아노학원에 다녀와 공부하고 그냥 자려고 누웠다가 원장 샘 말이 떠올라 이미지 트레이닝이란 걸 다했었다.
원장샘은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진짜로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피아노신동이란다.
왜 이제야 나타났냐고 한 말은 십원짜리 비행기가 아니고 진심이라는데 감동을 받아 열심히 하겠다고 했었던 그날의 뒷이야기다.
선생님 눈이 촉촉해지더니 진짜 진실을 말해주었다.
내가 너무 늦었단다. 신동 할애비라도 안 된단다.
체르니 100은 소화해도 50부터는 그 벽을 절대로 못 넘을 거라는데 왜요? 하니까 그 때가면 알게 될거라고 슬픈 눈으로 정말 사슴처럼 슬픈 눈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기적을 한번 일으켜보란다.
내가 꼭 해냈으면 좋겠다고.
아무튼 말이 겁나 길어졌는데 그날 담배를 태우러 정확히 11시 반에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때 누나집 층수는 15층 아파트에서 13층이었고 그 때만해도 옥상 출입이 앞마당처럼 자유로웠다. 어떤 할머니는 빨래도 널고 시래기도 말리고 그랬었다.
암튼 난 담배를 태우면서 선생님이 했던 말을 가만히 떠올렸다. 왜 체르니 50부터는 벽일까. 이대로 계속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 불똥을 옥상 밖으로 튕겨 날리고 재털이분유 깡통에 꽁초를 버리고 딱 섰는데 눈 앞에 아니 진짜 코앞에 아이가 있었다. 하얀 잠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베개 그러니까 겉피를 벗겨낸 하얀 속베개를 인형처럼 안고 내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뭐야.
검은 머리는 어깨를 넘게 길었고 다섯 살? 여섯 살? 진짜 희안하게도 지금도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며 생각에 잠겨 있었을 때 아무 소리도 못들었다. 누가 다가왔으면 인기척을 느꼈을 것이다.
한데, 떡하니 앞에 서 있으니 깜짝 놀랐는데 이 꼬마아가씨가 강시처럼 몸을 옆으로 슥 비틀더니 그대로 스르르 움직였다. 진짜 거짓말 일도 없다.
스르르.
바람처럼 움직였다. 지금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걷는 게 아니었다. 눈앞이 노래지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았다.
근데 이건 시작도 안했다.
사람 진짜 돌아버릴 정도로 무서웠던 건 이 다음 부터다.
옥상도 밝은 곳이 있고 어두운 곳이 있지 않은가.
어두운 곳으로 바람처럼 움직이던 그 꼬마아가씨가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딱 멈춰섰다. 그대로 가만히 서 있다.
ㅆㅂ.
저러다 다시 돌아오면 어떡하지.
난 극한의 공포에 휩싸여 진짜 사람 단단히 미쳐버릴 것만 같은데 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뛰고 앞이 슬슬 안보이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식은 땀에 현기증에 항문도 저절로 열리는 것이 생리현상을 통제 못하고 쓰러져 죽을 것을 확신했다.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