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그녀 Part3
난 어린 시절 병약했고 잘 나가는 경찰을 그만두고 붓글씨에 올인하신 -작고 좁은 무대에서 벗어나 서울에서 서예학원을 차린- 아버지 덕에 작은 어머니가 생겼고 가난을 물려받았고 만나기만 하면 잘 크라는 훈육을 가장한 지속적인 정서적 폭력으로 무기력이 학습되었다.
자존심이 강했던 울 착한 엄마는 동네 소문을 떠나 남편의 큰 이상과 꿈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 밑에서 자란 난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고 뭘 하면 그건 주변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었다.
한학과 유학에 심취하신, 절대적인 인생가치로 무장된 아버지는 당신도 정립하지 못한 사상을 아들을 상대로 정신의 뇌 수술에 들어간 것 같다.
그럴 때 엄마는 아버지 편이었다.
난 머나먼 침묵의 나라로 도망쳤고 엄마가 보고 싶어지면 다시 돌아왔던 것 같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당해본 사람은 다 안다.
중요한 건, 난 젊은 시절 잠깐 방황하고 원망했다지만 결국엔 상록수처럼 이겨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나와 같은, 어쩌면 나보다 더 큰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고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대견하고 기쁘다.
정말 내가 가진 거 다 주고 싶다.
근데 내가 지금 너무 슬픈 건, 나 역시도 어떤 날은 그 슬픔과 잔인했던 기억으로 스스로 다시 돌아가고 그 안에 숨고 물방울처럼 움크리고 외부와 차단하는 것이다.
그때는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기쁘고 좋은 일이 생겼을 때다.
아마 마약이 옆에 있으면 건들지도.
또 말이 길어졌는데 난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 인생에 언제 이런 힘든 게 있었어? 하며 씩씩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눈물이 난다. 너무 예쁘고 대견하다.
정말 정말 뭘 더 해주고 싶고,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싶은데 이런 게 쓸데없는 오지랖이란다.
너나 걱정하라며.
내 안의 그녀가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