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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아니면 아마 처음 들어볼 걸?

by 임경주


귄.




귄은 전라도에서도 특히 남도 쪽에서 사용되는 매우 독특한 사투리다.

-귀염성- 이라는 뜻으로 전라남도 방언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 말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귄과 함께 개대기라는 말도 들어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개대기는 고양이를 말한다. 왜 고양이가 개대기냐면, 가끔 개한테 대들고 덤벼들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특히 섬에 사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고양이를 개대기라고 한다.

맘에 안드는 짓을 하는 사람을 향해 저 귄대가리 없는 놈, 개대기 같은 놈이라고 말하신다.


귄은 사람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말이다.

사람은 귄이 있어야 한다. 전라도 말 따라 귄대가리가 없는 짓거리를 하면 안 된다.

요즘 말로 하면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 즉 볼매를 귄이 있다고 말하고 뭘 하기만 하면 꼴 보기 싫은 사람을 귄대가리가 없다고 말한다.


귄대가리가 있다는 말은 단순한 외모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됨의 깊이와 매력을 말한다.

반대로 귄대가리가 없다는 말은 경솔하고 가벼운 행동 혹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지칭한다.

이건 그 사람이 저지른 한 순간의 실수가 아니다. 아, 술에 취해 있었잖아 하며 쉽게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귄은, 그 사람 자체다.


비록 못생겼어도 항상 귄이라도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왔다. 그 귄으로 인해 혹시나 하는 만인의 사랑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참 나이 먹고도 부끄러운 게, 개대기같은 짓거리 좀 제발 그만 하고, 사람이 나이를 이 정도 먹었으면 중후하게 옆에 있는 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대해주며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응원해주고 살아가는 게 그토록 어렵나?

조금만 기분이 좋으면 마냥 들떠서 사람이 가벼워지고 귄대가리 없는 짓을 하게 된다. 개대기 같은 짓을 했으니 얻어 맞아도 싸다.

도대체 나는 언제나 정신을 차릴까.

진짜 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술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문제다.

반성반성.


제발 늦지 않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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