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소 #2

#2 위소의 성장

by 임경주

탁위소 2돌, 24개월이 되었을 때였다.

위향은 아이를 안고, 허구한 날 산과 들로 쏘아 다녔다. 그는 독일의 유명한 교육학자 칼 비테(*주, 칼 비테목사, 독일출신. 미숙아를 낳았지만 자연에서 곤충을 잡아 도감과 비교하는 독특한 학습법으로 아이를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하는 천재로 성장시켰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칼 비테’ 똑같다)의 자연생태교육법을 따라했다.

나비, 벌, 개미, 땅강아지, 달팽이, 지렁이, 방울벌레,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하늘소, 사마귀, 거미 등등 자연에서 안 잡아준 것이 없었다.

거미도 그냥 거미가 아닌, 가랑잎왕거미, 모서리왕거미, 미녀왕거미, 삼각무늬왕거미, 늑대거미 등등 종류별로 잡아 분석해주었다.

아이와 함께 곤충을 잡으면, 집에 와서 반드시 거실에 펼쳐놓고 칼 비테처럼 도감과 비교분석했다.

“하늘소는 더듬이가 12개로 마디져있고, 아주 길지?”

그는 아들의 손 위에 참나무하늘소를 올려주며 설명했다. 아이가 얼떨결에 손을 꽉 쥐자, 참나무하늘소는 생존본능에 의해 이빨과 발톱을 박았고, 그것은 강렬한 이미지가 되어, 아이의 뇌를 자극했다.

“우, 우우!”

아기 위소는 도감의 참나무하늘소사진을 가리키며, -우, 우우- 하고 소리쳤다.

“그래, 맞아. 참! 나! 무! 하! 늘! 소! 잘 기억해라.

매일 이런 식이었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1년 동안, 둘이 아예 합숙을 하며 칼 비테를 넘어섰으니, 아이의 눈썰미가 어른처럼 뛰어나졌다. 36개월이 되어서는, 국내의 모든 곤충들을 종류별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지성의 발달은 이것과 저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했겠다. 음, 좋았어!”

위향은 아이의 성장발달과정을 지켜보며 신이 났다. 하루하루가 보람찼다. 위소가 37개월이 되었을 때, 한글을 가르치니 뛰어난 눈썰미로 낱말을 쉽게 구분했고, 단 10일 만에 한글을 똑 떼더니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엄마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영어동요 CD를 틀어주면 그대로 흡수해 따라했다.

“와, 여보! 애는 천재야! 천재!”

위향은 위소를 안고 소리쳤다. 위소의 눈썰미는 무섭게 발전했다. 우연찮게 16피스퍼즐을 맞추더니, 50피스에서 100피스까지 10분을 안 넘기고 해결하는 것도 모자라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300피스퍼즐을 단 30분 만에 해치워버렸다.

“위소야, 어떻게 하는 거야?”

위향은 놀라서 물었다.

“응, 그림을 보는 게 아니고 조각을 봐. 그럼 보여.”

아이의 대답에 위향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기적이 따로 없고,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옆집 아이는 위소보다 두 살이 더 빠르지만, 100피스 퍼즐도 맞추지 못해 낑낑거렸다.

위소의 눈썰미가 천재적인 수준이었던 것이다.

탁위향은 아들이 자는 시간에도 부족한 공부를 했다. 하루 평균, 잠을 2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인후염과 편도염이 함께 찾아와 고통스러워도, 아들이 책을 탐구하는 모습만 보면 행복감에 만취되어 견딜 수 있었다. 몸이 부서질 지경이어도 하루하루가 보람차고 신이 났다. 더 많은 것을 보길 원하고 더 많은 것을 듣길 원하는 아들을 위해, 위향은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아빠라면, 누구나 다 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위향은 항상 졸음에 겨운 눈으로 중얼거리며 공부했다.

하루는 성당에서 우연히 피아노를 만지게 되었다.

플로렌스 수녀님이 위소를 무릎에 앉히고, 건반을 두드리며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가르쳐주었다. 위소는 건반의 처음부터 끝가지 세어보더니,

“팔십 팔개네요?”

라고 똑 부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수녀님이 깜짝 놀라, 양손을 들어 낮은음자리 ‘도’와 높은음자리 ‘도’를 동시에 짚어주었다. 그랬더니,

“그러면……. 음, 여기가 ‘레’고 여기도 ‘레’ 네요?”

라고 말하며 ‘레’ 자리를 동시에 짚어보였다. 수녀님이 악보를 보며, 오선 위의 ‘도.레.미.파.솔.라.시.도.’ 위치와 건반의 위치를 비교해서 알려주니, 더듬더듬 악보를 보며 포기하지 않고 다장조 복음성가를 40분에 걸쳐 연주하고 있었다.

“어머나, 어머나! 이게 웬일이니! 신부님! 신부님!”

플로렌스 수녀는 깜짝 놀라 호들갑을 떨었고, 신부님이 얘기를 듣고 달려왔을 때는 ‘오 나의 주’를 제법 듣기 편하게 연주하고 있었다. 리듬과 박자는 본능으로 깨우치고 있었으니, 이때 위소의 나이 39개월, 생일이 되지 않아 만 3세였다.

동네소문은 빨랐다. 동네피아노학원 원장들은 서로 앞 다투어 탁위소를 키워보겠다며, 찾아왔다. 학원비는 일체 받지 않을 것이라며.

그 중 아동교육에 꽤 관심이 많은 한 원장은 아이를 CKS영재기관에 보내 영재테스트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CKS영재기관이라고 하면 국가인증기관으로 아동영재테스트에 있어서는 유일무이한 권위를 가진 곳이었다.

“위소아버님. 피아노는 고급기술이며 고급과제랍니다. 위소는 과제 해결력이 남다른 아이에요. 보통 영재라 하면, 과제 해결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아닐까요?”

위향이 그 말을 듣고, CKS영재기관에 찾아가 테스트를 의뢰하니, 그 결과가 무려 IQ220에 상위 0.01퍼센트에 해당되는 초특급 영재로 분류되었고, 국가중요자산이자 미래인재로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 되었다.

동네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했고, 탁위향의 막노동꾼동료들은 혀를 내둘렀다. 탁위향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았다며.

3년 뒤, 탁위소의 나이 만 6세 때.

탁위향과 탁위소는 세계적인 두뇌들의 집단, 멘사(*주, Mensa. 영국에 본부를 둔 지능지수 상위 2% 이내, IQ 150 이상의 천재 집단)의 초대를 받는다.

위소는 이곳에서, 멘사회장을 앞에 두고 한 줄짜리 시를 지어 바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노목개화심불노(老木開花心不老, 늙은 나무에 꽃이 피니, 마음만은 늙지 않았네.)

위소가 지어 바친 이 시는, 조선시대 김시습이 5세 때, 당대의 노재상 허조를 위해 지은 시였다. 당시, 노재상 허조가 크게 기뻐했듯이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멘사회장도 크게 기뻐했다.

위소는 이곳에서, 운명을 만난다.

여러 천재아동들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꼬마여자아이가 있었다. 기무라란코(木村蘭光)라는 이름의 일본여자아이였는데, 위소보다 2살은 어린데도 불구하고 레고로 탑을 쌓아 올리는 실력이 건축 역학적으로 불가능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이 레고신동은 보란 듯,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바빌론 공중정원을 재현해냈다. 어느 쪽에서 보아도, 착시현상을 일으키는(정원이 하늘에 떠있는 것처럼) 이 신비한 수수께끼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풀어내지 못했다.

위소는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아동이기 이전에, 그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여린 감성을 가진 아이였다. 위소는 그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여자아이가 상처받을까봐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망막에 맺힌 상이 백분의 일초로 흥분해서 그래. 그 애가 사방에 일자 탑을 세운 게 괜히 세운 게 아녔어. 평행선에 사선을 첨가하면 더 이상 평행하게 보이지 않거나 곡선으로 보이는 이유와 비슷한 거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위소는 아빠에게 말했다. 탁위향은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가 과연 내 자식이 맞나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단점도 많았다. 위소는 여린 성격 탓에 겁이 많고, 상처를 잘 받았다. 그래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데는- 여린 성격도 문제였지만, 월등히 뛰어난 지능 탓도 있었다.

위소에게 유일한 친구는 아빠였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도, 위소의 여린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고무동력비행기 날리기 시합이 있었다. 위향과 위소는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고무동력비행기 날리기 훈련에 들어갔다. 위향은 경제적인 여유가 부족해, 최고급제품을 사용하지 못했다. 싸구려제품은 고무줄의 매듭이 네 번 감길 때까지 감아서 날리면 그 힘을 견디지 못했다.(세 번째 매듭까지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더 이상 감으면, 고무줄이 풀릴 때 추진력을 견디지 못한 기체는 날개를 떨었고, 오른쪽으로 꺾여 추락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네 번째 매듭을 넘어서, 다섯 번째 매듭이 감길 때까지 감아 날리면 그 추락하는 힘까지도 이겨내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공중바람을 타고 한없이 날았다.

시합전날, 위향은 당부의 당부를 거듭했다. 학교 대회에 아빠가 참가할 수는 없었다.

“위소야, 일단 좋은 것을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다섯 번째 매듭이 감길 때까지 감아 날리면 반드시 우승 할 테니까, 꼭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다 추락하면요?”

“추락할 땐 하더라도, 일단 모험을 거는 거야. 남자가 그런 배짱 하나 없으면 안 돼. 아빠 말 믿고 날려 봐. 알았지? 1등해서 전국대회 나갈 수 있을 거야.”

위소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었다.

“어설픈 추진력은 양력에 무리를 주지만, 강력한 추진력은 모든 것을 다 극복할 거야.”

“말도 안 돼.”

“뭐가 안 돼?”

“물리적으로.”

“아빠는 물리 몰라. 일단 해봐.”

“네, 알았어요.”

위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회당일, 위소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위소가 계산한 추진력과 양 날개의 양력에는 오차가 있었다. 위소가 다른 아이들의 고급제품을 가만 보니, 그것들은 고무줄을 아무리 많이 감아도 양 날개가 추진력을 버틸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격 차이가 무려 다섯 배나 비쌌다- 하지만 위소의 비행기(싸구려 제품)는 네 번 이상을 감았을 때는 양력이 그 추진력을 버티어 낼 수가 없었다. 고무줄 또한 싸구려라, 끊어질 위험도 있었다. 아빠가 다섯 번을 감아서 날렸을 때 오른쪽으로 추락할 것 같으면서도 겨우 날아올랐던 것은, 순전 운이라고 확신했다. 때 마침, -바람이 불어주어야만 하는- 위소는 그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세 번만 잘 감아서 날려도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어차피 공중바람을 타는 것이 관건이니까.

하지만 보기 좋게 순위권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고급제품들은 위소의 싸구려제품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독수리처럼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고, 공중바람을 탄 비행기들은 아예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위소의 비행기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고무동력비행기를 질질 끌고 집에 돌아온 위소는 아빠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빠 말대로, 그렇게 했어! 다섯 번째 매듭까지 감아서 날렸는데도 옆으로 추락했어! 시합에서 모험을 왜 걸어? 다 아빠 때문이야!”

위향은 아들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일단은 참았다. 고급제품을 사주지 못해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미안하다. 그 때는 운이 좋았었나?”

이렇게만 말하고 말았다. 위소는 그의 이름처럼, 높은 곳에 있어서 불안한 시도는 싫었다. 그저 공식에 의한 정답이 도출되는 그런 길만 가고 싶을 뿐이었다.

높은 곳에 있어서 불안한 것보다는, -자신의 머리를 믿고- 더 아래로 내려와 안전한 곳에 위치하고 싶었다. 그러나 탁위향은 아니었다.

그의 삶이 말해주듯,

“삶은 수학과는 달라. 변수가 있단 말이야. 정해진 답은 없어. 남자가 한 번 저지를 때는 확 저지르는 거야. 위소야, 네 이름처럼 높은 곳에 위치한 새집에서는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거야. 어설픈 새들은 높은 곳에 둥지를 틀지도 못하고, 또 설사 틀었다고 해도 살아남지도 못해.”

“아빠, 저는 독수리가 아니어도 좋아요. 차라리 작은 굴뚝새라도 낮고 안전한 곳이 좋거든요?”

사이좋은 부자, 위향과 위소가 부딪치는 이유였다. 그리고 또 하나. 위소는 어렸을 때부터 불에 호기심이 많았는데, 라이터를 무심코 만져 불을 켰을 때, 아빠에게 처음으로 혼이 났다.

“불은 엄청 무서운 거야! 다시는 만지지 마라! 한 번만 더 만지면 손가락을 분질러 버릴 테니까!”

그 날, 아빠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눈이 발갛게 불타올랐고, 얼굴이 하해 졌었다. 아버지라는 존재의 무서움을 처음으로 겪게 된 위소는 두 번 다시 라이터를 만지지도 않았고, 가스레인지 옆에는 가까이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쨌든 11년 뒤,

탁위소의 나이 15세가 되었을 때, 위소는 중학교를 조기졸업하고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하는 배화영재고등학교를 1년 만에 졸업한 후, 명문줄리아드음대입학서와 커티스음악원입학통지서를 받는다. 그와 동시에 꿈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하버드와 예일대에서도 전액장학금 입학통지서를 받는 겹경사가 일어났다.

신인류라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예술, 의학, 과학을 넘나들며 다방면에 천재성을 발휘하는 사람을 일컬어.

아이비리그와 명문음대입학통지서를 받은 날은, 위향에게 있어서 내 집 장만이라는 또 하나의 꿈이 완성되는 날이었다.(아파트입주 전날)

탁위향은 위소와 아내를 데리고 새 아파트에 들렀다. 위향은 거실 중앙에서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위소야, 여기가 이제 우리 집이다! 여기, 중앙에 새 피아노를 두는 거야. 헌 피아노는 이제 버리자.”

“아빠엄마, 침대를 사셔야죠. 피아노는 아직 쓸 만하거든요?”

“아냐, 아냐. 침대 필요 없어. 난 침대에서 못 자. 당신도 그렇지?”

위소의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우린 그저, 등이 따끈따끈한 온돌방이 최고여. 아빠가 스타인웨이는 못 들여도, 영창, 삼익, 야마하는 그랜드피아노로 사줄 수 있다. 자, 여기, 여기에 두는 거야. 여기가 딱! 이야. 여기에 백조처럼 날개를 활짝 펴놓고, 내 아들 여기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거 빨리 보고 싶구나.”

탁위향은 말을 하면서도 감격에 잠겨 목이 메었다. 그는 그와 그의 아들의 운명을 180도로 바꾸어 놓았다. 그의 꿈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내가 해냈어. 이 탁위향이 해냈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단 말이다!”

위향은 그 자리에 엎드려 오열했다. 바짝 마른 그의 등이 미세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떨렸다. 그의 아내도 울었고, 아들도 울었다. 세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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