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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누구 제발 나의 비둘기 좀 찾아 주세요

by 임경주

며칠 전 브런치 작가님과 댓글을 통해 파크린트 쥐스킨트의 작품들을 우연히 말했었다.


참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그 작품들에 매료되었던 때가 있었지, 하며 그 때를 생각하는데 정말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막상 따져보니 참 오래도 되었다.

이사도 두 번은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결혼도 했고, 아이를 낳아 키웠고. 책은 계속 늘어나 이방 저 방 쌓여가고.

그래서 지금 소주 한 잔 하다가 파크린트 쥐스킨트의 책들이 다시 보고 싶어 찾아보고 있는데, 깊이에의 강요도 있고 향수도 있고 좀머씨 이야기도 있고 콘트라 베이스도 있다.

근데, 비둘기가 없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비둘기는 전쟁에 참가했던가? 아니 갑자기 생각났다. 그 우리 어렸을 때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보았던 킬링필드 홀로코스트 그 생존자가 혼자만의 루틴을 유지해 살아가는데 비둘기 한 마리 때문에 그 평온한 일상과 루틴이 완전히 깨져버리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었던 책이다. 맞다. 분명하다. 슬슬 다시 기억난다.


난 내가 내 돈으로 구입한 책은 분명 기억하고, 누구에게 절대로 주지도 않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다.


비둘기 이거 다른 책도 아니고, 보통 책도 아니고 이건 분명 당연히 내 집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없지?

갑자기 멘붕이 온다. 소주를 글라스에 부어 먹는다. 이건 핑계다. 알코올 중독을 좀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의지가 또 꺾인다.


오늘 집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아들 운전면허시험장도 픽업해주고, 오늘 길에 세차도 깨끗이 해주고 써야 할 글도 열심히 잘 썼다.


나를 응원해주고 지켜봐주시는 작가님들도 몇 분계시고 해서 다시는 술을 마셔도 적당히 먹고 과음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도 했는데...


비둘기가 보이지 않는다.


아 비둘기 어디 갔지? 왜 없지?

왜 이렇게 갑자기 불안해 지는 걸까. 그냥 난 이거 밖에 안 되는 놈인가.

제발 내 비둘기 좀 찾아주세요.


왜 또 이렇게 갑자기 외롭고 슬퍼지지. 또 눈물이 터져 나와 미치겠네. 진짜.

내 비둘기 어디 간 거야?

아니 잠깐만...

비둘기 주인공 노엘? 은 그냥 경비원이고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아니었나? 헷갈리네?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나?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였나?

아 모르겠다.


다 됐고, 닥치고 누가 그냥 제발 내 비둘기 좀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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