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루틴

그러게 나도 참 신기하긴 해

by 임경주




검사 김태백 론칭을 앞두고 요즘 그런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친누나가 넷 있는데 이 누나들 중 막내누나가 날 정말 많이 대견해한다.

직장 생활하면서 어떻게 글을 그렇게 쓸 수 있냐고.

나도 돌이켜보면 참 신기하다.


난 퇴근해서 주차를 하면 아파트 상가로 먼저 간다.

어제 늦게까지 글을 쓰느라 잠을 2시간 정도 잤나?

소주를 산다.

소주는 640 처음처럼 피트병이다. 안주는 사지 않는다.

냉장고에 파먹을 게 많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날 열받게 한 놈이 한놈 있었는데 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져 그냥 애교로 봐주기로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손봐줄 거다. 회사사람들 대부분이 그놈을 다 싫어하는데 그 사실을 그놈만 모른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놈인 거다. 불쌍한 놈이다. 지가 엄청 잘난 줄 안다.

사 온 술은 무조건 냉동실로 들어간다. 최신가요를 틀고 흥얼거리며 샤워를 한다. 샤워는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어야 끝난다. 그 복잡했던 생각은 앞으로 쓸 이야기다. 머리를 감았나? 아, 몰라. 또 감는다.

발을 씻었던가? 아, 몰라 또 씻어.

생각이 정리되면 샤워 끝이다. 밖으로 나와 냉장고를 뒤지면 뭐라도 안주가 나온다.

안주를 만들고 냉동실의 소주를 꺼내 마시면 항상 조금 남는다. 남은 술은 냉장실로 들어간다.

냉장실에 남은 술은 언제고 서로 합쳐진다. 소주값이 안 드는 날이다.


머릿속에는 항상 글이 있다.

컴터를 켜? 말어?

지금 켜면

또 글을 건드리면 낼 출근까지 음…

취침시간이 또 2시간도 안될 것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러고 살아 뭐 해. 낼 졸라 피곤할 텐데.

첨에는 컴터를 안 켠다. 절대로 안 켠다.

자야지. 난 자야 해. 난 직장인이야

하지만 생각이 바뀐다. 자야 되는데 잠이 죽어라 안 오고 슬슬 술이 깬다.

내가 용서하고 애교로 봐주기로 했던 그놈이 갑자기 또 떠올라 열이 받기 시작한다. 그놈은 아버지를 닮았다. 뭐가 닮았냐고? 글쎄…

아부지 붓글씨도 떠오른다. 그건 내가 인정한다.

예쁘다. 아부지 글씨는 선이 참 예쁘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때 그 말을 왜 못 했을까? 천추의 한이다. 그래서 날 쉽게 보았나? 내가 한마디라도 들이 박았으면 뭐가 바뀌었을까?

오기가 생긴다. 내일이라도 확 들이받아야 하나? 이미 끝났는데.

그러다 결국 컴터를 켠다.

갑자기 큰 곰이 뒤에서 나타나 저 큰 곰 발바닥으로 날 내려치고 물어뜯을 것만 같다.

와우 저 질질 흘리는 침 봐라.


또 글을 쓴다.

오늘도 잠은 다 잤다.

이러다 보니 검사 김태백이 완성되었다. 9년? 좀 걸렸다.

뭐 다른 거 없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별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