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무협

전진검법을 깰 수 있는 건 옥녀심경 뿐

by 임경주


서장



당신의 권위와 의와 협을 사랑했어요. 존중했어요.


악몽을 꾸었네요. 옥녀심경을 10성까지 끌어 올렸거늘 한이 맺힌 검 끝은 당신의 도포자락하나 스치지 못했어요. 더 무서웠던 건 당신의 따뜻한 미소와 흔들리는 내 마음이었죠.

영웅 따위,

협객 따위.

당신은 나에게 만큼은 그 힘을 행사하지 않을 사람처럼 다가왔었습니다. 저도 당신이 그런 사람인줄로만 알았어요. 네, 서로 알면서 모른체 했겠죠.

그 선은 누가 정할 수 있습니까?

검의 끝은 어디를 노리고 있고 손잡이를 쥔 사람은 누구입니까?

당신인가요? 나인가요?

나는 아닙니다.

전진의 검법을 깰 수 있는 건 옥녀심경 뿐이라지요.


물 흐르듯 아름다운 초식을 펼치고 내 손목을 끌어당겨 등뒤에서 세상의 오묘한 이치를 깨우쳐 주니 전 뛰는 가슴으로 그저 감탄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 계집 아이였습니다.

당신이 단전에 심어준 내공은 멋대로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저를 멋대로 내치셨습니다.


나는 전진의 무공과 검술을 배울 생각이 없었습니다. 애초에 난 여자이고 싸구려 검조차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진의 검술을 훔치다니요. 터무니 없습니다.


당신은 내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았습니다. 아, 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랑에 전진의 진기와 옥녀심경의 진기가 충돌합니다. 주화입마에 빠져드는 고통의 새벽은 당신을 향한 증오로 치유합니다.

언제든 만나면 반드시 내가 내 손으로 당신의 목을 베어 죽여버릴 것입니다. 묻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확인할 것도 없네요.

그저 내 손으로 당신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후회하는 눈동자를 오래도록 지켜볼 것입니다.


전진의 장문인이시여. 내 발걸음이 전진교에 도착하는 날 전진은 멸문의 화로 중원의 역사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이 글은 위버멘쉬 작가님의 허락을 득하고 일부 또는 전체를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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