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신성 애브젝트 7도, 폭주소년 보고서
같은 시각, 어느 조용한 카페.
“저리가.”
“싫어, 여기 앉을래. 네 옆이 좋아.”
“그냥 앞에 앉아 있으라고.”
“싫어!”
“우리가 20대 청춘이냐?”
“응.”
표관장은 성은이 자신의 옆 자리로 건너오자 일어나서 반대편으로 돌아가 앉아버렸다.
“술 사줘.”
“돈 없어. 어? 그냥 거기 앉아 있으라니까!”
다시 표관장의 옆 자리로 건너온 성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벌써, 14년이야! 이제 그만 잊어! 충분히 괴로워했잖아!”
“…….”
“운삼아… 이제 날 봐! 우리에겐 아직도 많은 날들이 남아있어.”
표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리 아프지? 내가 옛날처럼 시원하게 주물러 줄게.”
표관장은 성은에게 다리를 맡긴 채로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으며 옛일을 떠올렸다. 이 여자, 문화부장관이자 한국검도협회회장의 부인.
“좋아?”
“응, 좋아… 그대로야… 네 손길도….”
“그리고?”
“네 성격도…”
“내 성격? 내 성격이 어때서?”
“네 성격 안 좋은 거, 네 자신이 잘 알면서….”
“아얏!”
성은이 난데없이 표관장의 가운데를 힘껏 잡아버렸다.
“야! 안 놔!”
“나 성격 안 좋은 거 잘 알아. 호호호… 그래도 넌, 나를 사랑하지?”
“이제 사랑 안 해…. 사랑 같은 거 안 한다.”
“아니야. 넌, 나를 아직도 사랑해.”
“사랑 안 해… 그거나 이제 놔두고 말해….”
표관장은 성은의 손을 잡아 아래로 빼며 말했지만, 성은은 결코 물건을(?) 놓지 않고 있었다.
부드러운 그녀의 손. 표관장은 분명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싫어… 운삼아… 나 듣고 싶은 말 있어….”
“유치하게 굴지 마.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회준비도 해야 하는데.”
표관장은 고개를 획 돌렸다.
“아, 진짜 나 좀 봐!”
성은은 표관장의 가슴에 안겨 손으로 턱을 돌렸다.
“날 봐….”
다시 부드럽고 요염한 목소리.
“…….”
표관장은 못 이긴 척 성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은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이 35세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처럼- 오히려 갈수록 젊음과 탄력을 잃지 않고 있는 아름다운 얼굴. 그 때, 이 여자를 버리고 중국으로 떠났다. 이 여자를 놈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는 자존심까지 죽이며 협회에 다시 들어갔다. 그에게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었다.
표관장의 눈에 성은의 가슴골이 보였다. 하얀 젖무덤에서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는 있지만 손길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사랑하고 있을까? 라고 표관장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성은의 입술이 표관장의 입술을 찾고 있었다.
“말해줘… 나 듣고 싶어….”
속삭이는 성은의 목소리.
“무슨 말.”
“옛날에 자주 해주었던 말. 나 그 말이 너무 듣고 싶어.”
표관장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우악스러운 두 손으로 성은의 얼굴을 잡고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열정적인 키스가 끝나고, 표관장은 성은의 촉촉한 두 눈을 바라보았다. 성은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느새 성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눈물은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 나를 버리고 갔냐고, 왜 나를 기다리다 지치게 했냐고.
흐르는 눈물은 묻고 있었다.
“말해줘. 나 듣고 싶어.”
표관장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당신의 인격이 어떻든 난 당신을 영원히 사랑한다오.”
성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표관장은 성은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아, 가슴에 묻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위소의 집에 표관장이 찾아왔다. 위소는 초인종 소리에 설마하거니 하며 모니터를 보았다. 표관장은 카메라에 얼굴을 어찌나 가까이 들이댔는지, 커다란 코만 보였다.
“과, 관장님! 진짜 오셨어요?”
“어서, 문 열어라.”
위소는 한숨만 나왔다. 정말 짜증이 났다.
‘가면, 가면부터 치우자!’
위소는 가면을 가방에 담았다. 제일 밑에 깔고, 도복으로 덮었다. 긴팔 긴 바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뭐해? 빨리빨리 문 안 열고?”
문을 열어주자, 표관장은 자기 집처럼 방 곳곳을 뒤지고 다녔고 위소는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한숨만 내쉬었다.
“집 좋은데? 나보다 훨씬 잘 산다야. 내 방은 어디냐?”
“무슨 방이요?”
“까불래?”
표관장은 위소를 노려보았다. 위소는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네.’
“아무데나 쓰세요. 안방은 빼고요.”
“알았다.”
표관장이 방을 하나 골라 들어가자, 위소는 쫓아 들어갔다.
“절 그렇게 못 믿으시겠어요?”
“응.”
위소는 할 말을 잃었다. 뭔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는 생각뿐이었다.
“너, 시합 뛸래?”
표관장은 창문을 열며 말했다.
“무슨 시합이요?”
“이번 유관순배.”
“제가 어떻게 거기를 나가요.”
“경험삼아 나가보는 것도 괜찮아.”
“아직은 요. 경험삼아 맞아 죽고 싶진 않아요.”
“알았다. 나가라, 옷 좀 갈아입게.”
위소는 벌거벗은 표관장의 등을 보았다. 등에는 전체적으로 화상을 입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위소는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피아노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브젝트 0도는 아시아오리엔탈탐구에 있어서, ‘나선력’이라는 변수를 만나게 된다.
그 변수는 문화영역인 0도의 영역을 벗어난 미스터리의 영역, 즉 4도의 영역이었다. 애브젝트 0도는 독자적인 고집에서 벗어나 3도와 4도 그리고 5도와 협력한다.
대한민국 서울, 수석두뇌들의 집단인 배화재단페노메논웨이브연구소 역시 애브젝트 3도의 하수인들이었는데, 그들은 애브젝트 0도가 제공한 ‘나선문’의 반(潘)씨 혈액을 이용해 DNA를 추출하고, 그것이 애브젝트 4도 에어리어51에서 제공한 외계인DNA와 일치함을 발견한다. 배화재단페노메논연구소는 두 개의 DNA를 이용해 신종바이러스 ‘게슈탈트’를 개발한다. 페노메논웨이브연구소가 개발한 신종바이러스 ‘게슈탈트’는 100퍼센트 완성에 가까웠다.
애브젝트 3도는 ‘게슈탈트’ 실험대상물을 찾다가 암흑영역 5도와 협력해 실험물을 만들어냈다.
-신성 애브젝트 7도, 폭주소년 보고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