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소 #22

#22 추출1

by 임경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무라란코는 멍한 상태로 위소가 사라져버린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표관장은 벌떡 일어났다. 주변의 상황을 둘러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이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모두 정신이 절반 쯤 나간 상태였다. 모추용만이 웃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됐어. 이제 다 끝났어. 놈을 붙잡아. ‘게슈탈트’를 추출하는 거야.”

모추용의 눈은 기무라란코를 향하고 있었다. 그 눈은, 네 임무는 이제 다 끝났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기무라란코는 위소가 사라진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만보고 있을 뿐이었다.


두 명의 군화 발은 노면의 빗방울을 튀기며, 택시를 향해 뛰고 있었다. 강태식일당은 택시에 올라탔다.

“형님! 어서!”

그나마 멀쩡한 부하가 택시 뒤 문을 열어 주자 강태식은 재빨리 기어들어갔다.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멈추지 않았다.

“어서옵! 허어억! 뭐, 뭐야!”

운전기사는 깜짝 놀랐다.

“출발해! 어서!”

조수석에 올라탄 강태식의 부하가 소리치자, 운전기사는 침만 꿀꺽 삼킬 뿐이었다.

“출발하라고 이 새끼야! 죽고 싶어?”

“어, 어디로…….”

기사의 떨리는 손은 더욱 답답해 보였다.

“그냥 앞으로 가! 그냥 가!”

“네, 네!”

막 출발하는 순간이었다.

콰앙, 보닛위로 검은 물체가 떨어져 내렸다.

“으아악!”

어느새 위소가 앞 유리창을 박살내고 있었다. 위소는 조수석에 앉은 놈의 머리채를 붙잡아 앞으로 잡아 뺐다.

“크아악!”

그 때, 뒷좌석 문이 열렸다. 강태식이 인도로 도망치고 있었다. 강태식은 달리다가 말고, 그대로 무릎이 꺾였다. 앞에서 택시가 급정지를 했다. 그 바람에 연쇄추돌사고가 일어났다.

빵빵, 경적소리가 도로에 메아리쳤다. 교통이 마비된 도로에는 소나기가 퍼붓고 있었다.

위소에게는 이 모든 것이 마치 느린 비디오 화면 같았다.

쏟아지는 비 소리.

자동차 보닛 위로 빗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신고를 받고 달려오는 경찰차사이렌소리와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와 목소리.

또 목소리.

빵빵,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들.

위소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위소는 시선을 돌렸다. 강태식을 사로잡아야만 했다. 위소는 놈의 뒷덜미를 잡은 상태로 먼저 도로를 건너뛰었다.

입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강태식은 멀리 도망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출혈이 심했고, 체력이 소진된 상태였다. 강태식은 택시를 빼앗아 올라타 도주하고 있었다.

위소는 놈의 뒷덜미를 잡은 상태로 뛰었다. 한 손에는 검을 쥐고, 한 손에는 원수의 뒷덜미를 잡은 상태로 도로를 질주했다.

강태식은 운전대를 붙잡고, 거울을 보았다. 입안의 피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눈 밀러를 통해 뒤를 본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년이 동생의 뒷덜미를 붙잡고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라붙고 있었다.

속도계는 75를 가리키고 있었다. 위소는 자동차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바로 그 때 자동차는 교차로를 통과해 빠져나갔고, 양쪽에서 신호를 받고 오던 차들이 미끄러지며 추돌사고를 일으켜, 위소의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라고 생각한 순간, 검이 촉수처럼 여러 갈래로 터져나갔다. 수십 개의 촉수에는 모두 나선의 회전이 있었다. 촉수들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자동차들을 꿰뚫더니, 높이 들어 올려 옆으로 내던져버렸다. 자동차 네 대가 동시에 양쪽 건물로 날아가 박혔다.

앞이 탁 트였다. 위소는 질주했다.

“꾸, 꾸에엑!”

강태식은 혀가 잘려나가, 돼지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속도를 올렸다. 다시 눈 밀러로 뒤를 보는 순간, 괴물소년이 없었다. 바로 그 때, 지붕위로 쾅! 하고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렸다.

위를 올려다본 순간, 검이 뚫고 나왔다. 위소가 자동차지붕위로 훌쩍 뛰어올라, 검을 내리 꽂은 것이었다.

“케엑!”

검이 어깨를 긁었다. 강태식은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고 말았다. 자동차는 위소와 함께 옷가게를 들이박고, 멈추었다. 벌떡 일어난 위소는 여자 마네킹을 옆으로 치우고 운전석 문을 열었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가면 속, 위소의 눈동자에 광기가 번지고 있었다. 머리에는 더듬이 두 개가 솟아올라 있었고, 갑각으로 변한 손등에는 곤충의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위소는 놈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밖으로 잡아 뺐다. 두 놈을 앞에 잡아두니,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위소는 웃고 또 웃었다.

“어떻게 죽여줄까?”

오직 그것뿐이었다.

“네 놈들도 가족이 있을 테지? 네 놈들 가족에게도 우리가 당한 그대로 똑같이 하고 싶은데 말이야. 키, 키킥! 키키킥! 위소야, 위소야. 어떻게 해줄까? 응? 이놈들 딸이 있으면 찾아서 강간을 먼저 해줄까? 오! 정말 원하는 거야? 마누라들 먼저? 그것 좋지!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강간하자! 강간해! 크하하!”

위소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웃더니, 갑자기 웃음을 뚝 그쳤다. 위소는 놈들의 얼굴에 가면을 착용시킨 상태에서 머리를 둘로 나누어버리고 싶어졌다.

“아, 맞아! 네놈들 가면을 써야지. 위소가 가면을 씌우래. 잠깐만, 그러고 보니 네놈들 세 놈이었는데?”

“자, 잠깐! 우리도 시켜서 한 짓이야! 시켜서 한 짓이라고!”

“뭐?”

위소는 정신을 차렸다. 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위소는 가면을 벗어 이마 위로 올렸다.

“누가, 누가 시켜?”

“그 때, 그 때 함께 있었어! 얼굴은 몰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면을 쓰고 있어서! 살려줘, 제발 살려줘! 으, 으으…….”

놈들은 두 손이 닳도록 싹싹 비비다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위소는 깜짝 놀랐다. 순간, 놈들의 눈에서 무엇인가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노, 놈들이 우리 몸에도 별것을 다 집어넣었어! 살려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 판이었어! 으, 캬아아악!”

놈의 눈에서 기묘한 생명체가 머리부터 빠져나왔다. 위소의 눈에서 빠져나온 것과는 크기부터 달랐다. 황소만한 머리 크기를 가진 괴물이 눈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두 놈 다 마찬가지였다. 눈동자가 물 풍선을 부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괴물의 머리였다. 곧 펑!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사,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놈들은 괴물이 빠져나오는 순간에도, 위소의 다리를 붙잡고 빌었다. 위소는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눈에서 몸을 완전히 빼낸 괴물들은 위소를 경계하며 으르렁거렸다.

발도 없고, 꼬리도 없었다. 생긴 것은 전체적으로 올챙이를 닮았지만 굉장히 위협적인 생김새를 유지하고 있었다. 커다란 입과 이빨이 몸통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괴물 한 마리가 살금살금 위소의 눈치를 보다가, 공격했다. 괴물들은 본능적으로 숙주를 보호하고 있었다.

“젠장!”

위소는 괴물들 앞에서도 놈들의 목소리만 떠올랐다. 시켜서 한 짓이라니, 무슨 말이란 말인가! 위소는 두려운 마음이 일어났다. 재빨리 가면을 착용했다.

가면을 착용하니 두려운 마음이 사라졌다. 위소는 괴물들을 향해 나선탄을 날렸다. 나선탄은 괴물 한 마리의 눈을 관통해 나무에 박았다. 바로 그 때, 다른 괴물이 옆에서 덤벼들었다.

위험한 순간!

위소의 검은 순식간에 짧아졌다가, 성게처럼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나선의 회전이 성게처럼 뻗어나가 위소를 보호했다. 위소는 -성게의 가시- 그 중심에서 괴물들의 머리가 꿰뚫리는 것을 보았다.

괴물들은 녹아내렸다. 정확하게는 흡수되고 있었다. 괴물들을 흡수해버린 성게의 가시들은 깨끗이 사라지고 검은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마사무네가 아닌, 사쓰마번의 무사들이 최초로 발견한 팔뚝크기의 금속조각이었다.

“이리와!”

놈들은 뻘뻘 기었다. 바로 그 때였다. 위소는 들을 수 있었다. 끼리릭, 정교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팡!

머리가 터졌다. 입안이 도려내져, 말 못하던 놈의 머리가 터지며 고꾸라졌다. 강태식이 죽은 것이다.

“혀, 형님! 주, 죽었어! 으헤에엑! 사, 살려줘!”

파항! 위소의 다리를 붙잡고 빌던 놈 역시 머리가 터져 쓰러졌다. 위소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수만은 인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차사이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놈들이 내뱉은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노, 놈들이 우리 몸에도 별것을 다 집어넣었어! 살려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 판이었어! 으, 캬아아악!

위소는 혼란스러웠다. 순간, 머릿속에 기무라란코가 떠올랐다.

페노메논웨이브연구소에서 완성한 체력증강제입니다. 고농축이며 부작용이 전혀 없으니, 한 번 사용해보는 것도 괜찮으실 겁니다.

독약 아니야?

호호호!

제가 위짱에게 독약을 주사하겠습니까?

아무렇지도 않은데?

특별한 몸의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위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위소의 눈에서도 괴물이 빠져나왔지만, 기무라란코를 만나기 전이었다. 하지만 놈들의 눈에서 빠져 나온 괴물은 분명 위소와 같은 것이었다.(생김새가 다를 지라도) 위소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고함을 질러댔다.

“뭐냐! 도대체 뭐냐! 왜! 왜! 왜!”

위소는 특별한 인기척을 들었다. 인파 속에, 누군가가 있었다. 한 놈이 아니었다.

“나와! 어서 나와!”

위소가 사람들과 도시를 향해, 화산의 폭발과도 같은 고함을 토해내는 순간, 세상 전체에 정전이 발생했다. 칠 흙 같은 어둠 속, 위소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뿔뿔이 흩어지는 와중에서도, 정교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그것은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집요하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위소는 보이지 않는 적을 이길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무엇인가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수천마리의 바퀴벌레들이 뇌 속을 기어 다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위소는 그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노로봇이었다.

위소는 침을 질질 흘리며, ‘나선력’을 떨어뜨렸다. 머리를 감싸 쥐고, 무릎을 꿇었을 때 한 남자가 앞에 서 있었다. 위소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퍼붓는 비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손등으로 눈을 훔쳤는데, 가시가 눈을 긁었다.

눈 주위가 따끔거려,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위소는 남자의 발목이라도 붙잡기 위해 뻘뻘 기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머리를 쥐여 짜는 강력한 통증이 찾아왔다.

위소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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