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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동댁 Jan 12. 2022

개뿔 아는 건 없지만 클래식이 좋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오면 가끔 라디오를 듣는다. 신혼 때 시계 겸용이라 인테리어 겸 산 건데, 아이 재우고 젖병 닦고 이유식 만드는 그 시간이 적막하고 쳐지는 기분이 들어 부엌에 놓고 듣곤 했었다.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그 시각,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게스트를 초대해 질문에 답을 하거나 최신가요를 틀어주었다. 그 밝은 에너지와는 좀처럼 닿고 싶지 않아서 주파수를 돌려보다가 93.1을 찾게 되었다.


제목과 작곡가는 모르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들어봤던 클래식 음악이 주로 나온다. 게스트로 피아니스트가 나와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하고 이문세의 옛사랑이 성악버전으로, 또 영화 ost가 나오기도 하는데, 꽤 좋다. 낭만이 느껴지거나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이 기분은 아마도 익숙함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10년 정도 됐으려나. 오픈 마켓 공동구매식으로 체인점 식당 이용권과 커피 등을  쿠폰을 이용해 저렴하게 사는 게 유행인 시기가 있었다. 이 쿠폰으로 친구와 저녁과 커피를 저렴하게 먹고 마시기도 했고, 미술관과 공연 관람도 자주 이용했다. 퇴근 후 남부터미널에서 만나 마을버스를 타고 예술의 전당에 가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가곤 했는데, 저렴하게 산 티켓이라 자리는 늘 2층 구석이었다. 조금 차려입었다고 예쁜 조명에 사진 찍으며 즐거워하며 놀다가도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조금 졸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 문외한이지만 CD를 듣는 것과는 달랐다. 공연장의 분위기, 바이올린 연주자의 진지한 표정과 활을 켜는 다양한 방식은 관람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법. 오케스트라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자세, 에티켓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우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떠들썩했던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궁금해 유튜브를 통해 오랜 기간 연주를 멍하니 들어도 참 좋았다. 한 때 유행하는 대중가요는 너무 좋아서 한참을 듣다가도 지겨울 때가 있는데, 클래식은 그런 것 같진 않다. 연주를 듣고 있으니 벅차 오르기도 하고 행복하고 기분 좋은 여운이 감돌았다. 작곡가와 제목 따위 모르면 뭐 어때. 풀리지 않는 문제로 마음이 답답해질 때, 그냥 사라지고 싶을 때도, 그리고 별 일이 없을 때도 나는 클래식을 계속 가까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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