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상담시간이 돌아왔다. 소리 나는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라 선생님의 수업이 끝나자마자 여지없이 버튼을 눌러대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엄마와 상담해야 하니 시끄러운 소리 내지 말고 소리 안나는 장난감 갖고 놀라고 하셨다. 여전히 아이는 처음 보는 상황에 대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새가 들어있는 새장에 문이 열려있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될까라고 묻는 선생님 말에 아이는 대답을 못했다. 낯선 상황이나 처음 보는 모습이라도 나이가 차면, 여럿 정황에서 자연스레 알아가는 것들이 생기는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으니 한번 더 얘기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하신다. 나야 보호자라 알고 있는 것이긴 했으나 역시 전문가라 바로 파악이 되는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느낌이 싸했다.
조용한 아이가 이상해 뒤돌아보니 엎드려 대변보는 자세를 취하고는 몸을 뒤척인다. 5일간 대변을 못보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봤는데, 그런 것 치고는 양이 적다 해서 수업 때 마려우면 어쩌나 안 그래도 걱정하던 터였다. 아이는 소변은 일치감치 가렸으나 대변은 그렇지 못했다. 소변은 마려우면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옷 내리고 처리를 하지만, 대변은 야속하게도 팬티에 쌌다. 그 느낌이 싫을 텐데도 잘 고쳐지지 않았다. 기저귀에만 보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기저귀를 떼기 시작할 때 초반엔 응가 마렵다고 표현을 하기도 했었다. 이 시기에 아파서 5일간 입원을 하면서 전혀 대변을 못 보고 변비가 생겼는데, 이때부터 뭔가 루틴이 꼬였는지 아무 말없이 팬티에 실수를 했다. 이제 5세가 되어서 안 그래도 걱정이 많았는데 수업 중에 그러고 있으니 답답해졌다. 선생님도 상황을 인지하고는 서둘러 안내문 2장을 꺼내며 "어머니, 말씀드릴 게 있는데, 수업료가 인상이 됐네요." 하신다. 44000원에서 5만 원으로 갑자기 훅 오른 것이다. 아이는 현재 다른 센터에서 감통 치료도 받고 있는데 이곳에서 올해부터 5천 원가량 올랐기에, 언어치료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잘 모르겠다 하셔서 별 일없이 1월을 맞이하고 지나가길래 안심했는데, 2월부터 인상이 된단다. 휴.
상담 시간은 3분 정도 남았으나 서둘러 나왔다. 물티슈를 챙겨 아이를 들쳐 안고는 화장실로 달려가 뒤처리를 하고 돌아오니 그사이 다른 아이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를 자전거 유모차에 태워 센터를 빠져나온 시각은 오후 6시 30분. 아이와 나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과 약속 있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에 뒤섞였다. 교통량과 인파도 많은 사거리지만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는 교통신호와 오늘도 정해진 그 장소에서 어둑해진 밤하늘을 지키고 있는 달 아래, 내 속만 어지러운 것 같았다. 속상하고 뭔지 모를 욱함이 올라왔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물가가 이렇게나 오른 것인가. 외식도 거의 안 하고, 일주일에 1번 정도 음식 포장해서 먹는 편이라 잘 몰랐나 보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센터 수업인데 나라에서 지원받는 바우처는 그대로이고, 수업료는 계속 오른다. 뭔가 처참하다. 당장 내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부담이 된다. 이게 뭐라고 기분이 바닥을 치기 시작한다. 아이는 집에 가면서도 쫑알쫑알 말이 끊이지 않는데, 대변 실수 때문인지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 건지 별 말이 없다. 터벅터벅 걷는 길에 아파트 조경에 아직도 걸려있는 작은 크리스마스 전구만이 반짝반짝 빛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