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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n 22. 2016

기호학으로 보면 더 흥미로운 친절한 금자씨[4]

박찬욱 - 친절한 금자씨

▶나루세에서 과거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재회한 금자, 다시 과거 장면이 등장한다. 금자의 범죄와 심문과정을 보여주면서, 형사가 금자의 가짜 자백에 동참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때 문맥의 동위성을 반복적으로 파괴하는 위트가 등장한다. 문맥상 형사의 부인은 케이크를 사가지고 가는 중이다. 그런데 금자와 아는 체를 하는 남편의 모습에 그녀에 대해 묻는다. 근식도 마찬가지다. 낯선 남자의 존재에 대해 묻는다. 이들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마치 한 곳에서 일어나는 대화처럼 자연스럽지만 문맥의 동위성이 반복적으로 파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형사와 부인의 대화에서 등장한 누구냐는 질문에 금자와 근식의 대화가 답으로 배치되고, 또 금자와 근식의 대화에서 금자의 범행 사실을 듣고 형사의 부인은 기함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금자가 걱정마, 먹진 않았으니까 라는 말에 형사의 부인은 어떻게 먹어! 사람 죽인 손으로 만든 거를! 이라고 소리친다. 이때 선택된 두 가지 분류소의 핵의소는 먹다로 같다. 그러나 금자의 ‘먹진 않았다’는 말은 인간을 먹다. 라는 뜻으로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형사 부인의 ‘어떻게 먹냐’는 케이크를 먹다. 라는 뜻으로 일상적인 상황이다. 이렇게 비일상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과 정상적인 상황이 나란히 배치되면서 문맥의 동위성은 파괴되된다. 이로 인해 정보를 전달하는 화면은 절약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동시에 “먹는다”의 의미는 더욱 더 풍부해지고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입양된 딸 제니의 행방을 찾는 금자, 규정상 세부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센터의 답변에 금자는 저녁까지 기다리다가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제니의 현재주소를 알아낸다. 여기서 19살의 금자가 왜 백한상의 범죄에 가담해야했는지가 등장한다. 그녀는 미혼모가 되고 의지할 곳이 없어지자 교생실습에서 만난 백한상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금자는 딸 제니에게 편지를 쓰고 그녀를 찾아서 호주로 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언어 텍스트의 중계기능을 볼 수 있다. 위의 그림은 금자가 제니에게 편지를 쓰면서 사전을 찾는 장면으로 금자와 제니사이에 존재하는 언어의 장벽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미지 (둘은 매개물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와 언어 텍스트 ( 호주에 입양된 딸 제니가 금자의 아이다) 가 교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언어적 메시지는 금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반면, 이미지는 둘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 이로써 영화에서는 금자가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과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도 부자연스러운 행위로 간주된다. 결국 금자가 놓인 상황의 비극성이 부각된다.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은 금자와 제니의 의사소통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딱 한번만 제니를 만나보고 돌아오려고 했던 금자는 한국에 데려가달라며 자해를 시도한 제니를 말리지 못하고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부탁했던 총을 건네받은 금자는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한다. 제니와 근식과 함께 강아지를 사서 복수의 무대가 될 폐교를 간다. 그곳에서 총기를 시험하기 위해 강아지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금자, 총소리가 울린 순간 금자는 나동그라지며 백선생의 학원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금자가 폐교에서 살인을 연습하면서 백선생의 대체물로 개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개로 대체된 백선생이 영화 앞부분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잠든 금자의 상상에서 백선생은 덫에 묶인 개가 되고, 반항 한번 못해본 채 금자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 속에서 금자는 요만큼의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백선생의 얼굴을 한 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행복한 듯이 웃음 짓는다. 또 개의 이미지에서 백선생의 이미지로 임의로 전환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임의적이지 않은 의도적이라는 사실을 알아 챌 수 있다. 즉, 개는 금자가 증오하는 백선생을 대상체로 하는 표상체인 것이다. 수용자는 이것을 해석체로 재구성할 때 개의 여러 가지 분류소를 백선생에게 대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개’는 동물이라는 핵심의소를 기준으로 ‘개같다’ 고 쓰이는 비하의 의소를, ‘권력자의 개’로 쓰이는 순종성의 의소를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개는 금자가 의식속에서 백선생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기호이다. 



▶ 전환된 화면속의 백선생은 너무나 잘살고 있었다. 그런데 백선생의 아내 ⑤박이정 (1998-1999) 역시 마녀의 죽음으로 금자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복수를 조력하는 사람 중의 한명임이 과거회상을 통해 드러난다. 금자가 박이정을 비롯한 여러 재소자들을 괴롭히는 교도소의 마녀의 간병을 맡아 3년 동안 희석한 락스를 먹여서 서서히 죽인 것이다. 

이정은 백선생의 밥에 수면제를 타고 외출한 뒤 금자가 그를 잡으러 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하지만 백한상에게 찾아온 전도사는 이정과 금자가 긴밀한 사이라는 사실 그리고 복수를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이것을 저지하기 위해 해결사 송강호와 신하균을 부른 백선생은 이정을 기다리며 밥을 먹는다. 

여기까지가 제 1구간 러닝타임 1:00:00까지의 이야기이다. 인물과 상황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보다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기호학적인 분석의 의의가 있는 요소들을 간추려서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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