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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Feb 27. 2017

조소하는 이별

누가 읽어도 좋을 일기(1)

지난주 오늘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이별을 수집하는 일기를 끄적거리며

나는 이별을 받아들였어.

글 말미에는 너를 미워하지 않겠다고 했었지.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깨어진 믿음

그래서 널 향해 날 선 모서리가 천천히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이별을 가까이 두고

이 이별을 천천히 지켜보겠다고 했었지.


하지만 고백할게

그런 일기를 쓰고서도

나는 사실 내내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초식동물처럼 불안에 떨며

아무도 깨어있지 않을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곤 했어

 



근데 이제 알았

사람들은 참 이중적이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랑이 끝나는 순간도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왜 잔인하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네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던 순간이 그토록 짧았으므로 낭만적이었다면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를 곁에 두면서도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순간도 여전히 너에게는 그토록 낭만적인 것일 텐데

그렇지?



연인아

낭만적인 너의 사랑을 조소하면서

지나치게 낭만적인 너의 찰나의 사랑이 다시 또 잔인한 것으로 치환되지 않기를 빌게

나는 여전히 너를 미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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