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일 때 나는 종교에 빠졌던 적이 있다. 지금도 뭔가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편인데 그때도 그랬다. 내가 믿었던 종교는 일본불교(남묘호렌게쿄)인데, 나한테 전도해 준 사람은 숙모였다.(삼촌과 숙모 글 참고) 나는 지금도 숙모를 좋아하는데, 그때 당시 그 종교는 나에게 절실했다. 나는 엄마가 없었고 무언가 의지할 것이 필요했다.
나는 종교를 열심히 믿었다. 매일 밤 불경을 외웠고, 묵주를 학교에 가지고 다녔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도 반에서 1등을 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그런 성적은 다시 받아보지 못했다. 학교에서 소지품 검사를 했는데 선도부가 내 묵주를 빼앗아간 일이 있었다. 나는 많이 울었다. 나중에 묵주를 되돌려 받았는데,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유 없이 핍박받는 자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나는 그 사건 이후 종교를 멀리했다.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친한 친구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친구는 시를 잘 썼고, 매력적인 감수성이 있었다. 친구가 과격하지 않은 방법으로 나한테 전도를 했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친구들을 기독교 동아리에 초대해서 치킨을 먹는 행사가 있었는데,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편지를 읽어준 것이다.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길바닥에 천만 원이 떨어져 있으면 그걸 내가 주웠으면 좋겠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 친구가 나에게 천만 원을 준 것은 아니지만 감동적이었다. 돈을 주웠으면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다. 친구와 같이 교회에 꼭 다니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 일이 상처가 됐는지 종교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종교를 믿으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같다. 계단으로 걸어가야 하는 길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 수 있다. 그때 나는 계단으로 가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때는 어렸으니까. 지금은 엘리베이터가 더 좋은 나이가 되었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고 살아왔는데 어쩐지 내 잠재력을 다 꺼내 쓰지 못한 것 같다. 종교를 믿지 않고도 자신의 최대치를 꺼내 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