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쓰고 싶던 시기가 있었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도 않는 친구를 만나 드라마 이야기를 실컷 하고, 친구는 자기가 관심 있는 사주 이야기나 하던 시절.
친구가 갑자기 자기 롤모델이 생겼다면서 책 한 권을 가지고 왔다. 읽는 약이라는 책이었다. 친구는 이런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자비출판한 책 같은데, 너도 자비출판 하라고 하니까 아직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쓰지 못했다고 말하는 친구.
그래서 나도 갑자기 롤모델이 생겼다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라고. 내 사주에는 없는 관성이 노희경의 드라마에는 있다고. 그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좋았다고.
드라마작가 지망생들이 읽는 책 중에 <드라마 아카데미>라는 절판된 책이 있는데 나는 중고로 구해서 읽었다. 이 책에 노희경 작가의 강의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노희경 작가는 드라마의 나쁜 인물로 아버지의 행동을 똑같이 썼는데, 그것을 본 아버지는 "저런 나쁜 놈이 어디 있냐"고 했다고 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노희경 드라마의 인물들은 그냥 길거리에서 얘기를 하고, 회사 계단 같은 데서 만나는데, 연출자가 카페 좀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자기가 가난하고 카페를 잘 안 가서 그렇게 썼다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 노희경과 은희경이 헷갈렸다. 아마 나는 드라마를 쓰는 사람과 소설책을 쓰는 사람이 똑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노희경은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그 부족한 점을 발전시켜 다음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나의 롤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