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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회사이 May 21. 2022

그리스도의 향기

노는(遊)신부의 더 드라마, 시(詩)가 되고 길(道)이 되는 예수


함께 읽고 걷는 요한복음서 


“ . . . 그 때에 유대 사람들은 예수를 둘러싸고 말하였다. ‘당신은 언제까지 우리의 마음을 졸이게 하시렵니까? 당신이 그리스도이면 그렇다고 분명하게 말하여 주십시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이미 말하였는데도, 너희가 믿지 않는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그 일들이 곧 나를 증언해 준다. 그런데 너희가 믿지 않는 것은, 너희가 내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생을 준다.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요,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을 나에게 주신 내 아버지는 만유보다도 더 크시다. 아무도 아버지의 손에서 그들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 (요한복음서 10:22-30)


photo by noneunshinboo


이른 아침. 눈 붙일 사이 없이 출근 준비에 바쁜 아들, 그 벗어 놓은 작업복에서 시큼한 땀 냄새을 맡은 엄마는 ‘우리 아들 힘들어 어떡해’ 속 안에 걱정이 많습니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침대에 잠깐 누울 사이도 없어 그만 책상에 엎어져 잠든 딸, 가만히 흔들어 깨우려다 그 들큼한 입 냄새를 맡은 엄마는 ‘우리 딸 며칠째 잠도 못자고 어떡하니’ 걱정이 입 밖으로 나옵니다. 


그런 자식들이 너무 안쓰럽고 미안한 엄마입니다. 입이 깔깔할 자식들이 좋아하는 청국장찌개를 끓여 아침밥 먹여 보내는 것 밖엔 엄마는 다른 생각이 도무지 떠오르질 않습니다. 서둘러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꺼내 청국장찌개를 끓입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이게 무슨 냄새야?’ 하며, 사람들로 꽉 들어찬 아침 지하철 안에 진동할 그 청국장 냄새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자식들은 숟가락 조차 들지 않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 한 마디 던지고 휑 하고 나가버립니다. 




그러나 이미 그 아들과 딸의 몸에, 그리고 그 마음에 짙게 배인 엄마의 청국장찌개 냄새는 온종일 자식들을 따라다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식에 대한 미안함이 앞서는 엄마의 마음, 그 엄마의 냄새는 그 서운할 사이도 없이 아들의 출근길을 따라 그 지하철 안에, 딸이 시험을 치룰 시험장 거기 그 책상 위에 벌써 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식어가는 청국장찌개를 바라보던 엄마는 이른 저녁, 청국장찌개를 새로 다시 끓이실 것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자식들과 늘 함께 있는 그것이 엄마의 마음이고, 그것이 엄마의 냄새, 엄마의 향기입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너의 향기를 내는 것이고, 내가 너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네가 나의 향기를 내는 것입니다.  사랑은 내가 아침에 면도하고 바른 애프터 쉐이브 스킨 로션의 향기를 너에게서 맡는 것이고, 너는 나를 만나기 전에 뿌린 샤넬 넘버 파이브 향기를 나에게서 맡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그 사람의 향기가 나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향기를 내고, 서로가 서로의 향기를 맡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목자에게서 양들의 향기가 나고, 양들에게서 목자의 향기가 나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그래서 목자와 양들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입니다. 




잃은 양들을 찾아 길 떠난 목자는 가시덩쿨 숲 안으로, 높고 날카로운 벼랑 위로, 저기 보이는 검고 험한 계곡 아래로, 그 깊고 어둔 물 속으로도 기꺼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그 잃은 양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그 목자의 얼굴은 그 어떤 누구보다 빛날 것입니다. 지친 기색도 없고 피곤함도 보이지 않고, 콧노래에 들썩일 것입니다. 엄마 품에 안긴 듯 이제서야 깊은 잠에 빠진 그 흙투성이의 어린 양을 꼬옥 안은 목자의 가슴은 행복으로 뛸 것입니다. 새벽이슬에 젖고 가시에 찔리고 돌에 찢기고 낙엽과 흙먼지로 더러워진 목자의 옷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날개를 편 듯 그 걸음은 날 듯 할 것입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흐르고, 땀인지 피인지로 흠뻑 젖은 몸에서 나는 그 쾨쾨하고 비릿한 냄새는 초여름 골목길 어디든 진동하던 라일락 꽃 향기처럼 오는 길 내내 진동할 것입니다. 


자식들에게 짙게 밴 엄마의 그 청국장찌개의 냄새, 땀과 피로 피어난 그 냄새, 그 라일락 향기는 그 목자의 품에 안긴 어린 양의 몸과 마음에 또한 배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어디에 머물든, 누구를 만나든, 온종일 풍겨나올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풍겨나와야 할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photo by noneunshinboo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과 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 너희가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서, 그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내가 너희에게 이러한 말을 한 것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게 하고, 또 너희의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 내 계명은 이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복음서 15:9-12)


선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향기, 그것은 가만히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어 여기만을 가득 채우고 머무는 향기가 아닙니다. 보이는 창문이란 창문, 있는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젖히고, 저기 벽이란 벽은 죄다 털어내야 합니다. 한 곳에 가둘 수 없습니다. 그 향기는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야 합니다. 내 이웃에게 그리고 세상으로 펴져나가는,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사랑과 구원의 향기,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의 향기를 몸과 마음에 담고 세상 속으로, 그리고 이웃 안으로 나아가 나의 향기를 내어라. 아직 나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나의 양들, 그리고 아직도 여기 나의 집을 알지 못하는 나의 양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길을 잃고 저기 헤매는 나의 양들이 나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나의 향기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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