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와 함께 걷는 기다림 (18)
기다리며 읽는 누가복음서, 대림절 세 번째 주 수요일
“스스로 의롭다고 확신하고 남을 멸시하는 몇몇 사람에게 예수께서는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리*였다. 바리새파 사람은 서서, 혼자 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남의 것을 빼앗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더구나 이 세리와는 같지 않습니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내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그런데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못 내고, 가슴을 치며 ‘아,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의롭다는 인정을 받고서 자기 집으로 내려간 사람은, 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이 세리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누가복음서 18:9-14)
여기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갑니다.
한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리입니다.
한 사람은 여기 서서 혼자 기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저기 멀찍이 떨어져서 기도합니다. 한 사람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어 꼿꼿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땅만 쳐다봅니다.
한 사람은 자기 가슴에 꽃을 달고, 다른 한 사람은 자기 가슴에 못을 칩니다. 한 사람은 ‘하나님, 이런 ‘나’여서 감사합니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합니다. 한 사람은 정말 의인처럼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정말 죄인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저기 두 사람이 기도를 마치고 성전에서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가만히 봅니다. 누가 봐도 한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리입니다. 좀 전에 올라왔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한 사람은 여전히 당당하고,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움츠려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두 사람의 등 뒤에 각각 작은 글씨로 뭐라고 쓰여 있습니다. 한 사람의 등 뒤에는 ‘아니다, 넌 의인이 아닐 수 있다’ 라고 쓰여져 있고, 다른 한 사람의 등 뒤에는 ‘아니다, 넌 죄인이 아닐 수 있다’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나는, 남의 것을 빼앗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더구나 이 세리와는 같지 않습니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내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게 자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내 옆에 있는 어떤 누구보다 나를 더 낫다, 더 옳다, 더 높다, 더 의롭다 여기는, 그래서 젠체하고 거만해지는 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자랑이 되는 순간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여기 두 사람 중에서 어느 사람의 입장에서 이 성경 말씀을 읽을까요?
우리는 누구의 입장에 서 있을까요?
나는 바리새파 사람일까요, 세리일까요?
“의롭다는 인정을 받고서 자기 집으로 내려간 사람은, 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이 세리다.”
그래서 우리는 세리의 입장에서 이 말씀을 읽을까요?
그런데 정말은 바리새파 사람의 입장에 우리 서 있지 않을까요? 남들을 해하거나 불의를 저지르거나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저 세리처럼 내 나라를 침략한 외세의 협력자로 있지도 않고, 비록 그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종교 생활, 신앙 생활도 나름 잘 하고 있고. 그러니 세리보다는 바리새파 사람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기도를 마치고 성전에서 내려가는 나의 등 뒤에는 그럼 뭐라고 쓰여 있을까요?
나의 뒷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지는 대림절입니다.
“주님은 제물을 반기지 않으시며, 내가 번제를 드리더라도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주께서 원하시는 제물은 찢겨진 심령입니다. 나의 찢겨지고 짓밟힌 마음을 멸시하지 않으시는 주님,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옵소서. 아멘.” (시편 51:16-17)
* 세리(稅吏, tax collector), 세금 징수의 일을 맡아보는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