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와 함께 걷는 기다림 (17)
기다리며 읽는 누가복음서, 대림절 세 번째 주 화요일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러한 일들을 일으키는 사람은 화가 있다.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를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목에 큰 맷돌을 매달고 바다에 빠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라. 믿음의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 주어라. 그가 네게 하루에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서 ‘회개하오’ 하면, 너는 용서해 주어야 한다.’ 사도들이 주님께 말하였다.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뽕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기어라’ 하면, 그대로 될 것이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에게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다고 하자. 그 종이 들에서 돌아올 때에 ‘어서 와서, 식탁에 앉아라’ 하고 그에게 말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오히려 그에게 말하기를 ‘너는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에, 너는 허리를 동이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야,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그 종이 명령한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을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우리는 쓸모 없는 종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여라.” (누가복음서 17:1-10)
“너희가 이 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기어라’ 하면, 그대로 될 것이다.”
어렵습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그 믿음은 어떤 믿음일까요?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러한 일들을 일으키는 사람은 화가 있다.”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일들을 일으키는 사람을 그냥 가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과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 그 사이에 용서가 있습니다.
사실, 누구의 사랑을 받은 경험이 없으면 누구를 사랑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구를 사랑한 경험이 없으면 누구의 사랑을 받는 것이 영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용서도 그렇습니다.
누구로부터 용서를 받은 경험이 없으면 누구를 용서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구를 용서한 경험이 없으면 누구로부터 용서받기를 기대하기란, 그래서 누구에게서 용서를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용서받지 못한 자’는 ‘용서하지 못한 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용서하지 못한 자’는 ‘용서받지 못한 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가 네게 하루에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서 ‘회개하오’ 하면, 너는 용서해 주어야 한다.”
“주님,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누구를 ‘용서하는 길’은 몹시 어려운 길입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그래서 용서 못할 누구를 용서하는 길은 정말 믿음이 더해져야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래서 ‘용서하는 길’은 ‘믿음의 길’입니다.
누구에게서 ‘용서받는 길’ 역시 몹시 어려운 길입니다. 나를 용서할 것이라는 믿음, 내가 용서받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내가 용서받았다는 믿음, 그래서 ‘용서받는 길’은 무엇보다 주님이 나를 용서하실 것이다, 주님이 나를 용서하신다, 주님이 나를 용서하셨다는 그 믿음이 필요한 길입니다. 그래서 ‘용서받는 길’ 역시 ‘믿음의 길’입니다.
그래서 믿음은 나를 용서로 이끌고, 용서는 나를 믿음으로 이끕니다.
‘용서받는 길’은 ‘용서하는 길’ 밖엔 없고, ‘용서하는 길’은 ‘용서받는 길’ 밖엔 없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또 받고, 받고 또 하는’ 용서는 믿음과 함께 걸어갑니다.
그래서 용서의 길은 믿음의 길입니다.
대림절입니다.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는 그 길 위에 우리 함께 서 있습니다.
“아버지,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여 주시고,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십시오.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내려 주십시오.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에게 빚진 모든 사람을 우리가 용서합니다.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아멘.” (누가복음서 11:2ㄴ-4)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