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와 함께 걷는 기다림 (15)
기다리며 읽는 누가복음서, 대림절 세 번째 일요일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는데,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아버지, 재산 가운데서 내게 돌아올 몫을 내게 주십시오’ 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살림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며칠 뒤에 작은 아들은 제 것을 다 챙겨서 먼 지방으로 가서, 거기서 방탕하게 살면서, 그 재산을 낭비하였다. 그가 모든 것을 탕진했을 때에, 그 지방에 크게 흉년이 들어서, 그는 아주 궁핍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 지방의 주민 가운데 한 사람을 찾아가서, 몸을 의탁하였다. 그 사람은 그를 들로 보내서 돼지를 치게 하였다. 그는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라도 좀 먹고 배를 채우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제서야 그는 제정신이 들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버지의 그 많은 품꾼들에게는 먹을 것이 남아도는데, 나는 여기서 굶어 죽는구나. . . .’ 그는 일어나서, 아버지에게로 갔다. 그가 아직도 먼 거리에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서,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말하였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서, 그에게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겨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내다가 잡아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래서 그들은 잔치를 벌였다.” (누가복음서 15:11-24)
날 잡아 놓은 것도 아니고, 그 날이 언제다 누가 알려 준 것도 아닌데, 그 날 나는 안다는 듯 손 꼽아 기다리는 아들입니다. 그런데 그 날은 내 생일 날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무슨 경사스럽고 호사스런 날도 아닌 바로 내 아버지 죽을 날입니다. 참 더도 덜도 없는 불효자입니다. 게다가 참을성도 많이 부족한 불효자입니다.
“아버지, 내가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이러나저러나 매일반이니 아버지 재산 가운데서 내게 돌아올 몫을 지금 내게 주십시오.”
아무리 철없고 생각 없는 아들이라도 이 정도가 되면 부모도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재산을 각각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아들은 제 것 챙겨 바로 집을 나갔습니다.
내 부모 죽을 날만 기다리던 못된 자식, 이제 집 나간 자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내놓은 자식은 없습니다. 남보다 못하고, 남의 자식보다 더 못한 내 자식, 나 싫다 집 나간 못나고 못된 자식인데. 그래도 부모는 차마 내 마음 밖에 내놓을 수 없는 여전히 사랑하는 자식입니다.
집 나간 자식, 돌아올 날 잡아 놓고 집 나간 것도 아닌데, 그 날이 언제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부모는 자식이 집 나간 날부터 매일같이 뒷동산에 올라 내 자식 어디 오나 언제 오나, 집 안도 밖도 가시방석입니다.
‘나는 여기서 굶어 죽는구나. . . .’ 그제서야 집 나간 자식 정신 나서 아버지께로 갑니다. 아직 아버지 집에서 먼데 아버지가 먼저 보고 달려와 아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언제 아주 잠깐이라도 집 나간 적 있으십니까? 집 나갈까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
혹시, 지금 집 나가 계십니까?
집 나간 자식으로 있던 기억, 집 나온 자식으로 살던 기억, 집 없는 자식으로 헤매던 기억 있으십니까? 그런 기억 없다면 혹시, 더 큰 기억 더 좋은 기억에 그 작은 기억 그 나쁜 기억들이 그만 묻혀 내 기억에만 없는 것은 아닐까요?
집 나갔던 나, 힘들고 외롭고,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 어귀, 차마 동네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서성이는 나. 그런 나를 먼저 보시고 달려나오신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잘못했어요’ 말도 꺼내기 전에 내 손 잡고 내 어깨를 끌어당기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 나를 끌어안고 우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내게 너무 크고 너무 좋아 그 예전 일들을 내가 벌써 다 잊은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내놓은 자식이 아닙니다.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엄마 아빠의 그 마음 밖에 있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나의 마음 밖으로 엄마 아빠를 밀어낸 내가 못나고 못된 자식일 뿐입니다.
못난 자식, 못된 자식이 정신차려 엄마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대림절입니다.
“주님, 내가 눈을 들어 산을 봅니다. 내 도움이 어디에서 오는가? 내 도움은 하늘과 땅을 만드신 주님에게서 옵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헛발을 디디지 않게 지켜 주시고, 나를 지키시느라 졸지도 않으십니다. 우리를 지키시느라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시는 그 주님께 우리가 깨어 있게 하옵소서. 아멘.” (시편 1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