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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회사이 Mar 01. 2023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나님과 함께 어둠 속을 걷는 법 1-1

사순절에 함께 읽는 욥기 


“우스라는 곳에 욥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흠이 없고 정직하였으며,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이었다. . .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주님 앞에 섰는데, 사탄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주님께서 사탄에게 ‘어디를 갔다가 오는 길이냐?’ 하고 물으셨다. 사탄은 주님께 ‘땅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는 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종 욥을 잘 살펴 보았느냐? 이 세상에는 그 사람만큼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욥기 1:1, 6-8)


photo by noneunshinboo 


1.        

왜 그리스도인들은 고통과 절망, 그리고 ‘왜’ 라는 질문으로 가득한 욥기를 계속해서 찾고 또 읽는 것일까요? 

나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고통이 느닷없이 찾아오고, 내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이 몰아치고, 세상에 말도 나오지 않는 재앙, 재난, 전쟁이 버젓이 일어날 때면 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아닌 사람들조차 욥기를 읽을까요? 

서로 다른 상황과 처지 속에 있는 우리, 그런데 가만 보면 같은 질문을 안고 들고 이고 지고 욥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내 가족에게 일어나는 것일까?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생기는 것일까? 왜 하나님은 잠자코 계시는 것일까? 하나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 것일까? 그때 거기에 하나님은 계셨을까, 그리고 지금 여기에 계실까?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그 일들을 알고는 계실까? 하나님은 뭘 하시는 것일까? 무엇을 하셨고, 또 무엇을 하실 생각일까? 하나님은 정말 계시는 것일까? 하나님은 정말 어떤 분일까?  


2.        

욥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스라는 곳에 욥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흠이 없고 정직하였으며,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이었다.”

하나님께서도 욥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 종 욥을 잘 살펴보았느냐? 이 세상에는 그 사람만큼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신원 보증까지 하신 ‘욥’의 삶을 어땠을까요? 

“그에게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이 있고, 양이 칠천 마리, 낙타가 삼천 마리, 겨릿소가 오백 쌍, 암나귀가 오백 마리나 있고, 종도 아주 많이 있었다. 그는 동방에서 으뜸가는 부자였다.” (욥 1:2-3)


그의 신앙 생활은 어땠을까요? 

“그의 아들들은 저마다 생일이 되면, 돌아가면서 저희 집에서 잔치를 베풀고, 세 누이들도 오라고 해서 함께 음식을 먹곤 하였다. 잔치가 끝난 다음날이면, 욥은 으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을 깨끗하게 하려고, 자식의 수대로 일일이 번제를 드렸다. 자식 가운데서 어느 하나라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라도 하나님을 저주하고 죄를 지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잔치가 끝나고 난 뒤에는 늘 그렇게 하였다. 욥은 모든 일에 늘 이렇게 신중하였다.” (욥 1:4-5)




이런 말이 나올 법합니다. 

“그렇지, 저러니 저런 복을 하나님께 받았겠지. 그래 저런 복을 받을 만한 사람이니 하나님께서도 그렇게 신원 보증까지 하셨겠지. 그러니 저런 큰 복을 주셨겠지. . .”

그리고는 속으로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확실하게 나에게 욥처럼 만 해주신다면, 나도 그 욥 못지않게 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고, 흠이 없이, 그리고 정직하게 살겠다.”  


그런데, ‘그에게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이 있고, 양이 칠천 마리, 낙타가 삼천 마리, 겨릿소가 오백 쌍, 암나귀가 오백 마리나 있고, 종도 아주 많이 있었다. 그는 동방에서 으뜸가는 부자였다’는 이 구절을 가만히 읽어 보면 창세기 1장이 떠오릅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으니,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이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베푸셨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 . . 하나님이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참 좋았다. . .” (창세기 1:27-28, 31ㄱ)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욥을 두고 하신 말씀 같습니다. 




창세기에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주 하나님이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을 일구시고, 지으신 사람을 거기에 두셨다. . . (그리고) 주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다가 에덴 동산에 두시고, 그 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 (창 2:8, 15)


지금 동방에서 가장 큰 부를 이룬 욥, 그리고 그 욥의 아내와 자녀들이 살고 있는 여기 ‘우스’는 동쪽에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에덴 동산’입니다. 욥과 욥의 아내는 그래서 ‘우스의 아담과 이브’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또한 보시기에 너무 좋다 하셨던 그때 거기 아담과 이브가 있었고, 그리고 지금 여기 욥과 욥의 아내가 있습니다. 아담과 이브가 사는 동쪽에 자리한 ‘에덴’은 너무 아름답고 풍요로운 땅이었고, 그리고 지금 욥과 욥의 아내가 사는 곳 유대 땅 동쪽 ‘우스’라는 곳 역시 지금 그 땅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신학적으로 본다면 여기는 적어도 욥과 욥의 아내에게는 아무런 걱정도 없고 근심도 없고 풍요로운 땅, 에덴이라 할 만합니다. 



3.        

“주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다가 에덴 동산에 두시고, 그 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 주 하나님이 사람에게 명하셨다.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네가 먹고 싶은 대로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 (창 2:15-16)


아무런 부러울 것이 없던 에덴에서 살던 아담과 이브는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점점 호기심은 생겨났을 것입니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먹지 말라고 하셨을까? 먹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나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어떤 일이 생기기에 하나님께서는 다 먹으라고 하시고선, 그것만은 먹지 말라고 하셨을까? 왜 우리가 먹으면 안 된다고 하셨을까? 그냥 두고만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탐스럽고 맛있어 보이는데, 왜 먹으면 안 된다 하셨을까? 왜 먹으면 죽는다 하셨을까?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먹어도 안 죽는 것은 아닐까? 어떤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왜? 도대체 왜? . . .”


photo by noneunshinboo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천국이 그 ‘호기심 천국’은 아닐 텐데, 그 천국과 같은 에덴에서도 호기심의 싹은 텄고 질문으로 자라났을 것입니다.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잠잠했다가, 또 다시 일어나는 호기심과 질문은 의심이 되었고, 의문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 기막힌 타이밍을 놓칠 리 없는 사탄입니다. 그 역할을 맡아 오랫동안 가만히 지켜보던 뱀이 여자에게 묻습니다. 


“하나님이 정말로 너희에게, 동산 안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느냐?” 

여자가 대답하였다. 

“우리는 동산 안에 있는 나무의 열매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 어기면 우리가 죽는다고 하셨다.” 

“너희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하나님은, 너희가 그 나무 열매를 먹으면, 너희의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된다는 것을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사실 아담과 이브가 보기에도 정말 나를 근사하게 멋지게, 그리고 그 어떤 누구보다 나를 지혜롭게 만들 것 같은 열매입니다. 먹는다고 하여 죽을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창 3:1-6ㄱ)


그리고 먹었습니다. 그 결과입니다. 

“내가 너에게 먹지 말라고 한 그 나무의 열매를 먹었으니, 이제, 땅이 너 때문에 저주를 받을 것이다. 너는, 죽는 날까지 수고를 하여야만, 땅에서 나는 것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땅은 너에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다. 너는 들에서 자라는 푸성귀를 먹을 것이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때까지, 너는 얼굴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창 3:11, 17-19)


그리고 아담과 이브는 그 에덴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는 에덴이 아닌 에덴 밖, 우스라는 곳입니다. 거기에 욥과 그의 아내가 살고 있습니다. 


 (→ 1-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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