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기도로 여는 아침 - 요한복음서 4:5-9
주여, 내 영혼이 깨어 주님을 맞이하게 하소서.
주여,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오니, 영광이 성부, 성자, 성령께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함께 하소서. 아멘.
오늘 시편 / 시편 139:13-16
13 주님께서 내 장기를 창조하시고, 내 모태에서 나를 짜 맞추셨습니다. 14 내가 이렇게 빚어진 것이 오묘하고 주님께서 하신 일이 놀라워, 이 모든 일로 내가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내 영혼은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압니다. 15 은밀한 곳에서 나를 지으셨고, 땅 속 깊은 곳 같은 저 모태에서 나를 조립하셨으니 내 뼈 하나하나도, 주님 앞에서는 숨길 수 없습니다. 16 나의 형질이 갖추어지기도 전부터, 주님께서는 나를 보고 계셨으며, 나에게 정하여진 날들이 아직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주님의 책에 다 기록되었습니다.
오늘 말씀 / 요한복음서 4:5-9
5 예수께서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는 마을에 이르셨다. 이 마을은 야곱이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곳이며, 6 야곱의 우물이 거기에 있었다. 예수께서 길을 가시다가, 피로하셔서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오정쯤이었다. 7 한 사마리아 여자가 물을 길으러 나왔다.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마실 물을 좀 달라고 말씀하셨다. 8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동네에 들어가서, 그 자리에 없었다. 9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유대 사람인데, 어떻게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 (유대 사람은 사마리아 사람과 상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묵상 노트
굳이 하루 중 가장 해가 뜨거운 때를 골라 물을 길으러 나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이른 아침 혹은 해가 질 무렵에 나갑니다. 그리고 보통 혼자 나가지 않고 여러 사람이 함께 나갑니다. 우물가는 여자들에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사교와 만남의 장소입니다. 그런데 여기 사마리아 여자는 굳이 아무도 없는 때를 골라 물을 길으러 우물가로 나갔습니다. 이유는 분명 있습니다.
성경을 읽다가 마주치는 우물가의 장면들 몇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이 이삭의 아내가 될 리브가를 만나고 (창세기 24:1-17), 야곱이 라헬을 만나고 (창세기 29:1-12), 모세가 십보라를 만나는 (출애굽기 2:15-21), 그 모든 장면은 모두 우물가를 그 배경으로 합니다. 물론 지금 여기 사마리아 땅 야곱의 우물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그것들과는 결이 다른 장면입니다.
그러나 그 우물가에서의 만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큰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선생님은 유대 사람인데, 어떻게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
지금 사마리아 여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해가 잘 가질 않습니다. 유대인은 사마리아인과의 접촉을 꺼리고 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유대교의 의례적 전통에 따르면 사마리아인은 정결하지 못하고, 그들이 눕고 앉고 탄 곳도 불결하니 피해야 하며, 심지어 그들이 접촉한 것을 만지는 것 역시 불결하여 피해야 합니다. 특히 사마리아 여자는 의례적으로 더욱 부정(不淨)하다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 유대 남자가 사마리아 여자에게, 게다가 같은 사마리아인들의 눈을 피해서 한낮에 물을 길으러 나와야 할 만큼 그 사마리아 사회에서 조차 배제되고 소외되어 밀려난, 정말 부정하고 죄 많은(?) 사마리아 여자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하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 사마리아 여자에게서 언젠가 한밤중에 예수님을 찾아갔던 유대인의 지도자 니고데모를 봅니다. 찾아간 목적은 다르지만 찾아간 때를 고른 그 이유는 같습니다. 두려움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 목적 역시 같습니다.
목이 마르기 때문입니다. 진리에 목이 마르고, 생명의 물에 목이 마르고, 구원에 목이 마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유대(혹은 내 나라, 내 땅)에서 살고 있든, 사마리아(혹은 남의 나라, 낯선 땅)에서 살고 있든, 나의 몸도 나의 마음도 나의 영(spirit)도 지치고 가난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의(righteousness)에 배가 고프고, 내가 하나님의 사랑에 목이 마르기 때문입니다 (마 5:3, 6).
얼마 전 주님은 짙은 어둠 속에 있던 한 사람에게는 빛으로 찾아가셨고, 지금 여기 고여 썩어 있는 물웅덩이 속에 있던 한 사람에게는 생명의 물로 찾아가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요한복음서 14:6).
기도
주여, 지금 내가 주님의 의(義)에 주리고, 주님의 사랑에 목이 마르니, 주님의 영으로 나를 먹이시고 채워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