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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회사이 Jan 28. 2022

시므온의 쓴말

노는(遊)신부의 더 드라마, 길 잃은 양을 찾아 길 떠난 예수 (10)


“시므온이 그들을 축복한 뒤에, 아기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 가운데 많은 사람을 넘어지게도 하고 일어서게도 하려고 세우심을 받았으며, 비방 받는 표징이 되게 하려고 세우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칼이 당신의 마음을 찌를 것입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의 마음 속 생각들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누가복음 2:34-35) 


photo by noneunshinboo


그들을 축복한 뒤에 건넨 예언자 시므온의 말이다. 그런데 이게 축복한 뒤에 할 수 있는 말인지, 이게 덕담이라고 한 말인지 . . . ? 그러나 예언자 시므온으로서는 꼭 해야 할 말이고, 마리아에게는 아프지만 꼭 들어야 할 말이고, 여기 우리 모두는 가슴에 깊이 꼭 품고 품어야 할 쓴말(bitter word)이다. 하지만 쓰기만 할까? 


“내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주님께서 이것을 모든 백성 앞에 마련하셨으니, 이는 이방 사람들에게는 계시하시는 빛이요,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눅 2:30-32)


단말(sweet word)은 달기만 할까? 처음 입에는 꿀같이 달겠으나, 먹고 난 후, 뱃속에서 쓸 것이다. 그게 말씀이다. 

말씀으로 오신 그리스도 예수.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것은 너의 배에는 쓰겠지만, 너의 입에는 꿀같이 달 것이다” (요한계시록 10:9). 




마침내 이스라엘의 희망, 이스라엘의 구원자가 왔다. 하나님 나라가 왔다. 그 기쁘고 즐거운 소식, 그 벅찬 소식, 그리고 그가 앞으로 보여줄 많은 이적과 치유들, 어찌 꿀과 비길까? 그러나 곧 알게 될 것이다. 구원, 해방, 자유의 그 말씀, 사람으로 오신 그 말씀, 하나님 나라인 그 말씀인 지금 이 아기 예수는 처음 입에는 꿀같이 달겠으나, 먹고 난 후 나의 뱃속에서는 쓰릴 것이다. 나와 우리의 감춘 속내, 속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나와 우리를 찔러 아프게도 넘어지게도 주저앉게도 할 것이다.  


그때 거기, 그 옛날 그들의 조상들이 모세를 따라 갈라진 홍해를 꿀같이 단 물처럼 알고 건너던 그때, 이집트 노예의 삶으로부터의 구원, 해방, 자유의 길을 떠나 꿀이 흐르는 땅으로 향했던 그때, 앞으로 영원히 꿀같이 달고 달기만 할 것 같았던 그때. 곧바로 약속의 땅으로 직행할 줄로 알았던 그때,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해 끝없이 이어지는 광야길 걷고 걸었지만 꿀은 고사하고 먹을 물 조차 찾지 못하던 그때, 마침내 마라에 이르렀으나 그 곳의 물은 써도 너무 써 도저히 마실 수 없었던 그때, 그 길 떠난 것을 후회하고 모세에게 불평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며 떠나온 그 곳으로 다시 가겠다 하는 그때 (출애굽기 15:22-24).


그때처럼, 처음에 내 입에서 달았던 말씀은 나의 뱃속에서는 쓰디 쓴 것이 되어 나를 쓰게할 것이다. 당장에라도 뱉어내고 싶을 것이다. 먹은 것 후회도 들게 할 것이다. 다른 달디 단 것 찾게도 할 것이다. 


그러나, 홍해의 물을 건넌 환희의 순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만나는 마라의 쓴물(bitter water)은 이제 영원히 단물(sweet water)로 바뀔 것이니. 

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주 너희 하나님인 나의 말을 잘 듣고, 내가 보기에 옳은 일을 하며, 나의 명령에 순종하고, 나의 규례를 모두 지키면, 내가 이집트 사람에게 내린 어떤 질병도 너희에게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주 곧 너희를 치료하는 하나님이다” (출 15:26).


photo by noneunshinboo


나의 배 안에 든 그 쓴 말씀 그리스도 예수는 나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깨어나게 할 것이니,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와 정의의 말씀에 나의 귀 열게 할 것이고,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과 보시는 곳에 나의 눈 뜨게 할 것이고, 내가 아닌 하나님 보시기에 옳은 일에 나의 손과 발이 움직이게 할 것이고, 나를 자유, 해방, 구원의 한길로 가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말씀은 꿀같이 단 생명의 물이 영원히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나와 우리를 이끌 것이다.


감추고 싶고, 부인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고, 아니다 하는 나의 속내, 우리의 속 생각을 빛아래 환히 드러내는 그 말씀이, 나를 우리를 넘어지게도 쓰러뜨리기도 하는 그 말씀, 그 복음이 그저 꿀 같기만 할까? 


꿀같이 단 말씀, 그러나 익숙한 길 위에 버려진 낯선 돌처럼 그 말씀은 쓰디 쓸 것이고 그래서 길을 걷는 우리를 불편하게도 할 것이다. 하고 싶고 걷고 싶고 살고 싶은 대로 하던 길 걷던 길 살던 길, 그리고 모두 가는 길 그냥 눈 딱 감고 내쳐 가려는 나를 눈이든 발이든 불편하게 만들고 때론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냅다 피하지도 슬쩍 외면하지도 보지 못한 척 하지 말고, 그렇다고 길 밖으로 던져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생각도 말고. 그렇게 들려질 돌도 사라질 돌도 던져 없애질 돌이 아니니, 차라리 이리 굴려도 보고 저리 돌려도 보고 이렇게 저렇게 곰곰히 생각도 해보고 답이 생각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내 귀와 눈에 그리고 맘에 담아두자. 


그러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무심코든 작심해서든 어느 날 어느 곳 무언가를 제대로 걷어찼든 채였든 나의 발바닥 불이 난 듯 뜨거워지고 발목 아파오고 내 무릎 깨져 넘어진 그때. 그 돌 꺼내 보고 꺼내 생각하자. 그러다보면 나를 넘어지게 한 그 돌, 그 말씀이 위로가 되고 휴식이 되고 나를 다시 서게 하고 다시 걷게 할 희망이 되고 또 힘이 되고, 새 맘 먹고 전혀 새로운 길을 가려는 나를 곳곳에 숨어 기다리는 흙탕 진흙탕의 웅덩이와 개울물 내가 건널 수 있도록 도와 줄 징검돌이 될 것이다. 

또한 나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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