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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회사이 Feb 04. 2022

길 위에서 길을 보다

노는(遊)신부의 더 드라마, 길 잃은 양을 찾아 길 떠난 예수 (13)


“도끼를 이미 나무 뿌리에 갖다 놓으셨다. 그러므로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어서 불 속에 던지신다. . . .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지만, 나보다 더 능력 있는 분이 오실 터인데,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소. 그는 어려분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오. 그는 자기의 타작 마당을 깨끗이 하려고, 손에 키를 들었으니,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실 것이오.” (누가복음서 3:9, 16-17)


photo by noneunshinboo


“도끼를 이미 나무 뿌리에 갖다 놓으셨다.”


저기 나무 뿌리에 놓인 도끼는 심심해 그냥 놀러 온 것이 아니다. 지나가다 들러 나무 그늘 아래 땀 식히고 잠시 쉬어 가려 온 것도 아니다. 일 없이 거기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주변 듬성듬성 자란 잡초나 베러 온 것도 아니다. 도끼는 도끼가 해야 할 그 일을 이제 곧 할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어 불 속에 던지신다.” 


지금까지처럼 신선 놀음에 저 도끼 자루 썩는지, 도끼 자루 있는지 모른 채 그렇게 살려 했다. 도끼 자루 썩어 없어져 하는 수 없이 그 도끼 그냥 거기 일 없이 계속 그렇게 없는 듯 있지 않을까 했다. 그 도끼 주인 거기 도끼 가져다 놓은 걸 혹시 잊지는 않을까 했다. 그러나, 그 주인 그걸 모르실까. 그 주인, 도끼 자루 썩을 사이 없이 곧 오실 것이다. 아니다. 보라 저기, 저기 벌써 오신다.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그 분의 한 말씀에 뿌리부터 죄다 말라버린 것을 보고 듣고 그 후에나 깨달을까? 그렇게라도 깨달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저기 도끼 놓여있는 그 나무, 그 주변 자세히 보니, 그 도끼의 주인 하도 왔다 그냥 가고, 또 왔다 또 그냥 가고. 차마 도끼 들진 못하고 그 찍어낼 나무 주변만 한참이나 서성이다 돌아갔는지 겨우 듬성듬성 풀만 얼마 나 있을 뿐, 반들반들 제법 길이 났다. 도끼 주인, 그 도끼 들까 말까 할까 말까 무척이나 머뭇거리고, 이 나무 정말 어찌해야 좋을까 고심하고 또 고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 때는 오고 있으니, 주인께서 이번엔 혹시나 내 말을 들을까 싶어 요한을 앞서 보내셨다.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지만, 나 보다 더 능력 있는 분이 오실 터인데,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소.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오. 그는 자기의 타작 마당을 깨끗이 하려고, 손에 키를 들었으니,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실 것이오.” 


그리고 이제, 그 시작과 끝, 또한 그 사이에 계시는 그 분이 오신다. 요한이 주는 물의 세례가 아닌 성령과 불의 세례를 주실 그 분이 오신다. 숨기고 감추었던 죄와 죄의 상처들을 제대로 드러나게 하시고, 물로 씻는 것을 넘어 불로 태워 없애고, 성령으로 그 자리를 채우고, 넘어지게도 다시 일어서게도 하실, 용서와 죄 사함의 주어가 되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 예수께서 오신다. 이제 요한의 이름이 아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을 것이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고 타들어가는 사해바다 소금물도 아니다. 마시고 또 마셔도 다시 마셔야 하는 요단 강 강물도 아니다. 다시는 목마르다 하지 않을 물, 영원한 생명의 물, 그리스도 예수가 여기 그들에게 오신다. 


photo by noneunshinboo 


그래서 회개는 그 생명의 물줄기가 그들 가운데로, 그들 안으로 흐르게끔 길을 여는 것이다. 


“영원한 생명의 강물이 곧 너희에게 올 것이다. 그 물줄기가 너에게로 흐르도록 길을 내라, 그 길을 열어라, 생명의 강물이 너에게로 흐르게 하라. 보라! 영원한 생명의 강 되시는 그 분 저기 오신다.” 


요한이 지금 요단 강가에서 우리에게 외친다. 


“회개의 세례는 시작일 뿐이다. 하나님께로 나의 삶을 재조정하라. 저기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 나의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나의 죄의 상처를 치유하고 나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이 되시기 위해 나에게로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맞을 준비하라. 회개하라, 회개에 알맞은 열매를 맺어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그 나라가, 그 분이 오신다.”


오늘 여기 지금, 내 발 밑, 혹 거기 도끼 놓였는지, 날 찍겠다 날 쳐다보고 있는지, 잘 살펴볼 일이다. 강 건너 남일, 그저 마냥 남 일만은 아니다. 그 도끼 피할 길, 아닌 그 도끼가 삽과 곡괭이가 되어 그 생명의 강물, 그 물길을 나에게로 내는 길, 지금 요한이 알려 주고 있다. 


여기 요한이 말한 그 분 오신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어라. 영원한 문들아, 활짝 열려라. 영광의 왕께서 들어가신다.” (시편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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