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컸다. 아들들
7~8월에는 아이들의 여름방학 기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방학이 시작되면 나는 아이들이 하루빨리 개학하기를 바랐다. 방학이 시작되면 나에게 '점심 미션'이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마다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기 위해 회사에서 집으로 가야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회사와 집이 걸어서 10분 내 거리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더 이상 아이들 점심을 위해 점심시간에 집에 가지 않는다. 작년 육아 휴직 동안 열심히 아들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집안일과 간단한 요리를 가르친 덕분이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 아들들이 해내고 있다.
방학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용돈벌이의 기회이다. 나는 아이들의 용돈을 집안일을 통해 우리 집 운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지급한다. 복싱학원 외에 다른 학원을 다니지 않는 첫째 아들은 방학 동안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아들은 빨래, 설거지, 청소, 동생 밥 챙기기 등을 도맡아 하며 용돈을 번다.
아들들이 집안일을 열심히 해준 덕분에 방학 동안 나의 부담도 한결 줄었다. 예전에는 아이들 학기 중보다 방학 때가 더 바빴는데, 이제는 오히려 방학 기간이 더 여유롭다. 어떤 날은 큰 아들이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출근한 적도 있다. 정말이지..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음을 새삼 실감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차려주는 아침식사에 늘 채소나 과일을 곁들인다. 그래서인지 큰아들도 나에게 아침을 차려줄 때 과일과 채소를 함께 차려주었다. 나는 아이들에게는 채소나 과일을 손질해서 먹기 편하게 잘라서 주지만 정작 내가 먹을 때는 귀찮아서 통째로 먹곤 한다. 물론 나도 잘라서 먹는 게 더 편하다. 하지만 바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먹일 때와는 달리 내가 먹을 때는 그냥 통째로 먹는 날이 많다. 심지어 파프리카도 칼질 없이 그대로 베어 먹을 때도 있다.
그랬더니 큰아들이 차려준 아침식사에 복숭아가 통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아들은 말한다. "엄마는 과일 통으로 먹는 걸 좋아하니까 자르지 않았어요" 그 순간 문득, 예전에 어머니들이 생선머리만 드시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생선살을 먹이려고 그랬는데, 아이들은 어머니가 생선머리를 좋아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는 그 이야기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한 집안일이 완벽할 리 없다. 하루는 아이들이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밥을 지었는데, 그만 죽밥이 되어서 그냥 먹었다고 했다. 전기밥솥은 내솥을 뺀 상태에서 몇 시간이나 보온을 해놓은 적도 있고, 에어컨을 풀가동을 하면서 종종 창문을 열어두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노력들이 매우 사랑스럽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엇보다도 자립심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아이들의 자립심은 엄마와 아이들이 모두 각자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돌볼 수 있을 때, 엄마도 엄마의 삶을 온전히 살 수 있다. 그래서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가급적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꾸준히 가르치고 있다.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책임감 있게 해내는 사람이야말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아이들이 집안일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되길 바란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자신의 몫을 온전히 감당하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어른으로 자라난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