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시작한 자전거
요즘 나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라는 외부 자극이 들어오면, 나의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분노(?)라는 이름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분노 에너지는 나의 신체 파워를 높인다.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먼 거리를 달리게 한다. 며칠간 나는 광기(?)의 러닝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훌쩍.. 오른쪽 발목이 시큰거린다.
원래는 올해 풀코스를 완주한 뒤에 자전거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발목이 아파 달리기가 힘들 때 대체할 운동이 필요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샀다. 그것도 로드자전거를.
초등학생 시절, 부산 사직운동장 앞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줄지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탔다. 이후에도 아주 가끔씩 친구들과 자전거를 대여해 사직운동장 주변을 돌곤 했다. 대학생 때는 경주로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두어 번 떠난 기억이 있다. 대여해서 겨우 타는 정도..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는 자전거를 탈 일이 거의 없었다. 나에게 자전거는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야 한다. 내년도 철인 3종 도전을 위해서!!
처음에는 로드자전거에 올라타는 것도 힘들었다. 로드자전거는 안장이 높아서 중심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전거 속도는 왜 이렇게 빠른지,, 조금만 페달링을 해도 쭉 나가는 속도에 겁이 났다. 아들 녀석 말로는 속도가 평균 시속 30km는 나와야 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다는데.. 시간제한이 없는 트라이애슬론을 나가야 하나 싶다.
그러다 우연히 라이딩 중 낙차 하는 영상을 보았다. 도로와 인도 사이 다소 낮은 단차였는데, 90도가 아닌 옆으로 단차를 넘다 넘어지는 영상이었다. 영상의 주인공은 그대로 골반 골절.. 나는 태어나서 골절을 당해본 경험이 한 번도 없다. 갑자기 자전거가 무서워진다.
그 무서움과 서투룸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저녁식사 후 자전거 연습을 하러 갔다. 자전거는 식사 후에 타더라도 러닝처럼 배가 아프지 않아서 좋다. 둘째 아들이 매일 나와 함께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현수는 작년에 두 발 자전거를 형아한테 배웠다. 매일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고, 매일 자전거를 타러 나가니 자전거를 능숙하게 잘 탄다.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다. 나는 자전거를 타는 도중에 안경을 올리려 한 손을 떼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아이가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옆에서 이런저런 팁을 알려준다. 부모 눈에 막내는 아무리 커도 어리게 느껴지는데.. '언제 저렇게 컸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아이와 매일 2주간 연습했더니,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 사이 자전거튜브도 한번 터졌다. 내가 자전거를 연습하는 장소는 집 근처 대학교 내 도로이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자전거 연습하기에 딱이다. 다만 과속방지턱이 많은데, 이걸 초보인 나는 요령 없이 그냥 막 넘다 보니 자전거에 무리가 간 듯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속도를 살짝 줄이며,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어 뒷바퀴에 실리는 하중을 덜어 줘야 한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는 처음으로 바깥 라이딩을 갔다. 요즘 자전거를 타다 보니 내 눈에는 자전거 도로 밖에 안 보인다. 집 근처 도로에서 이서까지 자전거 도로가 쭉 연결된 걸 처음 알았다. 둘째 아이에게 가보자고 했다. 토요일 저녁 처음으로 나는 자전거로 10km 이상을 달려보았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는 곳곳이 울퉁불퉁 하자가 많아서 조심조심 타야 했다. 자전거 도로가 정비가 잘 되지 않아 포장 상태가 엉망이다. 아이들이 왜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지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에서 타야 한다. 달리는 차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건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전, 우리는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 두번째 라이딩을 나갔다. 이번에는 더 멀리 갔다. 더운 날씨에 중간에는 카페에서 잠시 쉬기도 했다. 8월 말이지만 점심 전에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더운 날씨지만 자전거 위의 작은 자유 속에 시원함을 느낀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작은 여행을 하는 순간순간이 너무 즐겁다.
길을 달리다 우리는 자전거 타기에 매우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마치 모험가가 된 기분이다. 아이와 나, 우리 둘만이 아는 장소이다. 거기를 둘이서 한참을 돌았다. 나무가 우거진 넓은 도로와 작은 오솔길. 아이와 나, 둘이서 함께 보는 이 장소에 대한 기억이 나중에 우리만의 추억으로 남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자전거의 안장이 앉는 용도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안장통이 심해서 엉덩이 쿠션 바지도 입고 타보기도 했다. 너무 아파서 서서 타는 연습을 하는데, 자세도 방법도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일단 하고 본다. 기어 조작법도 아직 잘 모르겠다. 앞기어와 뒷기어를 교차하지 말라는 건 자전거 살 때 배웠는데, 왼쪽 기어는 손대지 않는 상태에서 오른쪽 기어만 살짝 왔다 갔다 해본다.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게 산더미다.
그런 시행착오와 함께 조금씩 자전거에 익숙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자전거는 달리기와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나에게 달리기가 내면의 마음을 가다듬는 명상이라면, 자전거는 외부로 나를 표출하는 수단인 것 같다.
오후에는 큰아들과 오랜만에 러닝을 했다. 확실히 함께 뛰니 혼자 뛸 때보다 덜 지친다. 아이가 옆에서 쉼 없이 재잘거린다. 아이의 일상을 듣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흔히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와 아이가 한 공간에서 같은 기억과 추억을 쌓는 것이다. 나는 오늘 둘째 아들과는 자전거를, 첫째 아들과는 러닝을 함께 했다. 철인 3종으로 아들들과 조금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