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다 낙차 하다.

부제 : 아프다. ㅜ.ㅜ

by 노정희

토요일에 전북에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요즘 둘째 아들과 함께 하는 라이딩에 푹 빠진 나는 비 오는 날이 괜스레 아쉽다.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날씨가 개었다. 그럼.. 나가야지


예전부터 직장 동료가 전주에서는 만경강에서 자전거를 타면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다. 처음에는 집 근처에서 타다가 점점 멀어지더니 이제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 집에서 15km 떨어진 만경강으로 향한다. 성장하면 할수록 집과 멀어짐을 느낀다. 이번에도 나의 단짝 둘째 현수와 함께..


그날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삼례 비비정에서 출발하여 고산 미소시장까지 18km에 해당하는 코스다. 초급 난이도이며, 코스 내 전 구간이 평지다.


https://naver.me/FhNp93XU


남편이 아이와 나를 비비정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18km 떨어진 고산미소시장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삼례 비비정에서 출발하면서

초행길이지만 큰 무리 없이 갈 수 있었다. 자전거 도로가 잘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만경강변에 펼쳐진 산천습지를 보면서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전날에 비가 많이 와서 갈대가 쓰러진 곳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중 대박이었던 건, 두 군데 정도 비로 인해 강물이 범람해 미처 빠지지 않고 물이 고여있는 침수 구간이었다.


만경강 주변 자전거 도로 침수구간을 그대로 통과하는 아들. 재밌어 보인다.


물이 종아리 정도의 깊이로 차 있는 정도였는데.. 초보에다 자전거를 일도 모르는 무식한 나지만 왠지 저기를 자전거로 건너면 안 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현수는 거기를 자전거로 그냥 통과했다. 다리를 양쪽으로 벌려서 든 채 쌩하니 수륙양륙차처럼 건너기도 했다. 오히려 물을 건너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하지만 나의 자전거는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품.. 결심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한 손으로 들고 자전거는 어깨에 메고 맨발로 거기를 건넜다. 이러한 상황이 기가 막히면서도 너무 재밌었다. 98년도에 맨발 투혼을 보였던 박세리가 떠올랐다.

자전거를 매고 침수구간을 통과하는 건 이런 느낌이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해 GPT가 생성해 준 이미지


이 날 경험이 너무 인상적인지라, 다음 날 직장 동료에게 이야기했더니.. 자전거는 들고 다니는 게 아니고 타고 다니는 거라고 그런다. 무슨 유격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은 이런 내가 이해가 잘 되지 않나 보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 명품 가방을 가슴에 안고 달리는 여자들이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듯하다.


사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그 이후다. 전날 내린 비로 만경강은 수량이 많았다. 중간중간 풍경을 보다가 그만 오른쪽 핸들이 데크 난간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낙차 했다. 현수가 깜짝 놀라며 달려왔다. 아프긴 아픈데, 움직이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자전거를 타다가 자전거와 함께 구른 경험이 있는 동료가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내 몸은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다친 자전거는 낫지 않는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납득되지 않았는데, 겪어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한다.


낙차 이후에 자전거 핸들이 틀어졌음과 나 못지않게 자전거도 다쳤음을 느낀다. 정말 이 정도 부상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른쪽 팔은 태어나서 이런 피멍은 처음 들어봤을 정도의 심각하게 멍이 들었다. 무릎 타박상은 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구간을 다 운전해서 무사히 고산 미소시장까지 도착했다.


다친 내 팔을 본 남편의 잔소리로 내 귀에서 피가 났다. 도대체 자전거 타다가 다치는 아들과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 나도 사실 별 차이를 못 느끼고 있던 터라.. 곰곰이 생각한 뒤에 '그래도 나는 밥도 하고 돈도 벌어오지 않냐'라고 대답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남편이 더 타박한다.


부상으로 괴로운 건 러닝을 못한다는 거다. 무릎과 발목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교통사고가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아프다. 이것도 일종의 교통사고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받은 충격이 컸음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첫째 민제가 나와 비슷하게 자전거 핸들로 가로등 점멸기를 쳐서 넘어진 적이 있다. 그날 민제는 자전거에 깔려 손가락이 골절되었다. 나는 거의 시속 20km 속도로 달리다가 쳤는데, 이 정도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무릎보호대만 했었어도.. 후회가 되었다. 그날 나는 바로 무릎보호대와 팔꿈치보호대를 주문했다. 이제부터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닌자거북이로 변신할 예정이다.


돌이켜보면, 예전에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었다. 워낙 다치는 걸 싫어하고 겁이 많아서, 넘어질 것 같으면 바로 브레이크를 잡고 다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나니, 처음에는 엄두도 못 냈던 것들(예를 들면 좁은 구간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을 시도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넘어졌다.


결국 자전거도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익숙함 속에서 방심할 때, 생각지 못한 돌발 상황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덕분에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앞으로도 나는 오래, 더 길게 이 즐거운 운동을 이어가고 싶다. 아직도 여전히 초보지만, 다시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타야겠다. 두려움을 적당히 품고, 설렘을 놓치지 않으면서 — 정신 바짝 차리고, 오늘도 길 위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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