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벌써 세 번째 하프 마라톤

25.10.03 김제 새만금 지평선 마라톤

by 노정희

벌써 올해 들어 세 번째 하프마라톤이다.

돌이켜보니 올해만 벌써 다섯 번의 마라톤을 완주했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2025년부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올 한 해 지금까지 10km 2번과 하프 3번을 완주했다. 그리고 다음 달인 11월에는 드디어 대망의 풀코스 마라톤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풀코스 완주 목표를 달성하면 내년에는 철인 3종 올림픽 코스에 도전한다는 나만의 목표가 있다.


이번 김제 마라톤에서는 다음 달 풀코스를 위해 절대 무리해서 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지난번 보성 마라톤 때는 2시간 이내로 완주하고 싶은 욕심에 전력으로 달렸다. 그 대가로 완주 이후 1주일 정도 골반과 발목 통증으로 고생했었다. 이번에는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대회 당일,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이전 대회에서는 매일 아침 일찍 아이들과 함께 서둘러 나가느라 늘 허겁지겁 출발선에 섰었다. 심지어 지난번 대회에서는 하프임에도 불구하고 늦게 도착하여 10km 출발신호에 맞춰 출발한 적도 있다(보통 10분 단위로 거리가 긴 종목부터 먼저 출발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여유롭게 도착하여 스트레칭을 하고 다소 앞쪽 출발라인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카우트다운이 울리고 함성을 지르며 모두가 동시에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이 순간이 참 좋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그 묘한 전율, 그 벅찬 에너지 속에 나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 깊이 울린다.


출발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대회가 끝날 때까지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도로 곳곳이 미끄러워 다소 긴장한 상태로 달렸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물에 젖은 종아리 아래가 무겁다.


15km 지점쯤, 초반에 너무 달렸나 싶어 다소 속도를 늦추며 숨을 고르는 사이,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이럴 수가. 평소에 마라톤을 즐기던 회사 동료였다. 안 그래도 그 동료의 추천으로 김제마라톤을 신청했었는데, 이 넓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차였다. 달리는 도중에 만나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동료와 1분 정도 대화를 나눈 후, 다시 각자의 레이스에 집중했다. 잠시 이야기 나누었는데, 너무 반갑고 신나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그 동료는 나와의 대화 후에 힘이 빠져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처음엔 '이번 대회는 무리하지 말고 달려야지'라고 마음먹었었는데, 막상 대회에 출전하니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달렸다. 기록은 지난번 보성마라톤보다 1분이 단축되었다. 대회 내내 비가 내렸음에도 기록이 좋아져 신기했다. 아마도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여름날 아이들과 미친 척 기지제를 달렸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김제 마라톤 출전 전에는 그전 마라톤과는 달리 충분히 달리지 못했다. 자전거 타다가 낙차 하는 바람에 무릎 타박상으로 한동안 러닝을 쉰 데다, 사이클에 빠져들면서 전체 러닝 시간이 단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기록을 1분이나 단축하다니..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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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새만금 지평선 마라톤은 이름처럼 김제의 드넓은 지평선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하프 코스의 경우, 중간에 축사 냄새가 나는 구간이 있어 잠시 괴로웠지만, 전반적으로 주최 측의 준비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기념품이 최고였다.

5km는 김제햅쌀 2kg, 10km와 하프는 김제햅쌀 10kg를 준다.

하프 완주 후, 지친 어깨에 쌀 10kg을 짊어지는 상황은 상당히 재밌다. 물론 택배도 가능하다. 요즘 쌀 값이 많이 올랐는데.. 밥을 지어보니 찰기도 있고 맛도 좋다.


이번 대회에서 둘째 아들은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첫째 아들은 10km를 완주했다. 요즘 들어 아들은 달리기에 흥미를 잃고 있다. 예전처럼 달리기를 즐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나의 고민이다. 그래도 같이 마라톤에 출전하는 게 어디냐고 남편이 위로해 준다.


죽어도 5km 이상은 달리지 않겠다는 남편은 5km의 기념품은 왜 쌀 5kg이 아니냐고 묻는다. 10km 이상을 달리면 쌀 10kg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의 눈빛이 흔들린다. 내년 김제 마라톤에서도 10km 기념품이 쌀 10kg이라면, 10km를 달릴 거라고 한다. 뭐지.. 달리기에 진심인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아 조금 외롭다.


이제 김제 마라톤이 끝나고 한 달 뒤면 대망의 풀코스 마라톤이다. 사실 나는 20년 전,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한 적이 있다. 그땐 특별한 준비 없이 평소에 하는 20분 정도의 조깅만 하는 상태에서 경험 삼아 출전했다가, 33km 지점에서 중도 포기했다. 그 이후에는 출산과 육아로 마라톤은 꿈도 못 꾸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육아휴직을 계기로 다시 러닝을 시작했다. 이번 풀코스는 20년 만의 재도전이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이를 위해 워킹맘인 나는 남은 기간 동안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준비할 예정이다. 다음 브런치에서는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위한 점심시간 러닝에 대해 기록을 남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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