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는 빗속 러닝

by 노정희

2주 가까이 이어졌던 폭염 끝에 마침내 호우주의보가 내렸다. 기다렸다는 듯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진다.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일요일 오후, 나는 아들 둘과 함께 빗속을 달리러 나갔다.


작년에도 첫째 아들과 비 오는 날 함께 뛰었던 적이 있다. 남들이 보면 약간 미친(?) 사람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일까? 내가 달리자고 제안하니 첫째 아들은 흔쾌히 가자고 한다. 이번에는 둘째도 함께 했다. 비 오는 날 셋이서 뛰러 나간다고 하니 남편은 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어린 시절 비가 많이 오는 날 비를 맞으며 신나게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다. 때론 땅바닥에 누워서 비를 맞으며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그때 느꼈던 내가 기억하는 감정은 자유로움과 시원함, 그리고 익살스럽게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던 재미였다. 비를 맞는 행위는 어린 나에게 하나의 놀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비 오는 날 달리면 괜스레 어린 시절의 감정이 같이 떠오른다.


한여름에는 해가 진후에 달려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땀을 많이 흘리면 그만큼 체력소모도 커서 금세 지친다. 하지만 한여름 비 오는 날의 러닝은 다르다. 비를 맞아서 시원한 데다, 내 몸으로 들어오는 공기마저 가볍고 시원하다. 무엇보다 여름밤 달릴 때 얼굴을 때리던 벌레도 없다.


나는 비 오는 날 러닝 시 가급적 몸에 밀착되는 옷을 입는다. 옷이 젖더라도 무거워지지 않으며, 피부 쓸림도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캡모자를 쓴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면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은 기지제 공원에 자전거도, 산책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비 덕분에 오늘 기지제 공원은 우리 셋만의 공원이 되었다.


KakaoTalk_20250803_205750375_01 (1).jpg 시원하게 비 내리는 8월 3일 저녁.. 둘째 현수와 기지제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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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기지제 호수에 어느새 연꽃이 한가득 피었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와 은은한 연꽃 향기를 맡으며 시원한 빗속을 달린다. 나의 모든 오감이 총동원되어 자연을 느낀다. 나의 마음엔 충만함과 평화가 흐른다.


아이들도 비를 맞으며 활짝 웃는다. 비 오는 날 엄마와 함께 달린 오늘의 기억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추억으로 남을까? 비를 맞으면서 아이들에게 함께 뛰자고 하는 엄마는 흔치 않을 것 같다. 나의 별난 제안을 흔쾌히 웃으며 받아주는 아이들이 새삼 고맙고 사랑스럽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니 둘째 아들이 너무 개운하고 기분이 좋다고 한다. 저녁은 몸을 데우고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뜨끈한 갈비탕에 칼국수 면을 넣어 먹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운동 후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여느 날처럼 10분 독서를 한다. 평화로운 비 오는 일요일 밤이다. 이번 주도 아이들과 함께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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