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어느덧 복직 한 지 벌써 6개월이 다되어 간다. 가끔은 내가 육아휴직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휴직 동안의 삶이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복직 후 나에게 생긴 작은 습관 하나가 있다. 아주 조금 여유 있게 출근해서 업무시간 전에 책을 읽는 것이다.
하루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매일 조금씩 읽어 최근에 완독 한 책이 있다. 바로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세이노님이 피보다 진하게 살기 위해 겪었던 생생한 경험담과 지혜로 가득한 책이다.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출판되는 요즘, '세이노의 가르침'은 세이노님의 진솔한 화법으로 기술되어 있어 술술 잘 읽힌다.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미있다.
나는 다양한 장르 중에서 자기계발서를 좋아한다. 내 주변 지인은 자기계발서가 너무 뻔한 말이라, 오히려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자기계발서는 불경이나 성격처럼 일종의 종교서적의 느낌이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동안, 나의 현재를 점검하고 다시 한번 더 삶에 대한 의지를 잡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세이노의 가르침은 자기계발서 중 단연 최고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단 한 가지. 바로 "내가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이다. 이와 동시에 든 생각이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이다."이다. 밑줄은 물론이거니와 포스트잇과 인덱스 스티커까지 써가며.. 완독 후엔 남편에게 권했다. 그리고 가족과 주변 동료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했던 책이다.
직장인인 나에게 '세이노의 가르침'은 일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어떤 면에서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으며, 어떤 면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느꼈다. 또, 어떤 면에서는 몹시도 부끄러움을 느꼈다.
세이노의 여러 가지 가르침 중 내가 복직 후 일을 하면서 바로 실천한 가르침이 하나 있다. 바로 무슨 일이든지 더 잘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1 :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면, 반드시 개선점을 찾아내라.
나는 연구원이다. 나의 주 업무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1년에 몇 편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그중 해마다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과제가 있다. 처음 입사한 당시, 선임자로부터 해당 업무의 프로그래밍 코드를 받았다. 그 후 해마다 새로운 내용이 추가될 때마다 선임자의 코드를 기반으로 조금씩 수정하면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늘 원본 코드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른 업무에 쫓긴다는 핑계로 전체 수정은 하지 않았었다. 나는 스스로를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했었다. 하지만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면서,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했던 것이다.
나는 그 반복 과제에 대한 코드를 전면 새로 작성했다.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어수선한 코드를 체계적으로 정리했고,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였다. 예전코드에서는 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것을 모두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코드를 개선하면서 업무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보고서 양식도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쓰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사실, 나의 이런 노력에 대한 회사의 추가적인 보상은 없다. 하지만 나는 기존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함으로써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이 반복되면 숙달이 되어 업무 속도가 빨라진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하지만, 일을 반복할 때마다 어떤 점이든 조금이라도 개선한다면, (숙달 + 개선)의 효과는 증폭될 것이다. 이것이 누적된다면?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니, 업무를 바라볼 때의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짐이 느껴진다. 아직은 한참 멀었지만, 일에 있어 조금은 피보다 진하게 사는 방향으로 아주 조금 다가감이 느껴진다.
세이노의 가르침 2 : 행동하기 전에 그 일에 필요한 지식을 반드시 흡수하여라. 그리고 실수하지 말라.
이 부분은 연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선행연구에 대한 조사를 얼마나 폭넓고 다양하게 했느냐가 보고서의 질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레시피를 찾아보고 한 요리의 맛은 다르다. 나는 늘 처음 시도한 음식의 맛은 괜찮았는데, 동일한 음식을 두 번째로 만들었을 때, 맛이 별로였다. 처음 시도한 요리의 경우, 레시피를 열심히 찾아보는 데, 동일한 메뉴를 다시 할 때는 나의 기억의 의존하여 대충 한다. 그러면 꼭 재료나 양념을 빼먹는다. 기본적으로 실수는 자만과 나태함에 나온다. 세이노의 가르침에서는 실수하지 않으려면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세세한 것들을 적어 놓은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책상 위에 붙여 놓고 그 일을 할 때마다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이노님이 책을 많이 읽는 이유도 매우 인상적이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자기도취에 빠진 것은 아닌지, 내가 똥 묻은 개인데 겨 묻은 개를 탓하기만 하는 건 아닌지, 내 눈 속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 속의 티끌만 보는 것은 아닌지, 내가 제대로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인지 등이 불안하니 확인하려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 자신이 몹시도 부끄러워진다. 고작 10년도 채 되지 않은 업무 경험으로 스스로 자만하지는 않았는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내 나름대로는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지금 일을 재밌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내 일에 대한 나의 식견은 대단히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은 질리고 다섯 번은 하기 싫고 일곱 번은 짜증 나는 데 아홉 번째는 재가 잡힌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재가 잡힌다는 말은 일에 리듬이 생겨 묘미가 생긴다는 말이다. 아직 아홉 번 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조금은 재가 잡히는 느낌도 종종 있다. 결국, 어떤 일의 재미는 그 일에 대한 관심의 깊이와 관련 지식을 얼마나 갖춘 상태에서 경험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한다. 백번 공감된다. 모르면 일이 괴롭지만 알면 즐겁다.
워런 버핏은 최고의 투자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마음 가짐으로 맡은 일을 특출 나게 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러려면 허드렛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나는 아이들이 집안일을 하여 우리 집의 운영에 기여하는 만큼에 따라 용돈을 차등 지급한다. 원래는 첫째에게 조금 더 주었는데, 최근에는 연공서열을 없애고 기여도에 따라 주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런 나를 계모라고 한다.) 중 2, 초4 남자애라 사실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집안일을 잘하지는 못한다. 나는 아이들이 한 집안일에 대해서는 다소 잔소리를 하는 편이다. 잔소리의 핵심은 고객인 엄마를 만족시킬 수 있을 수준으로 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매번 했더니 이제 화장실 청소만큼은 마음에 드는 수준으로 한다.
세이노의 가르침에 따르면, 부자들은 자녀에게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일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금융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일을 잘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나는 집안일을 통해 아이들에게 나만이 방식대로 일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집안일이지만, 책임을 다하고, 고객을 만족시키고,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완수하는 그 경험이 언젠가는 아이들이 나중에 자신의 일을 할 때 큰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아이들에게 일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 그것이 내가 세이노의 가르침을 통해 얻은 값진 육아 인사이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