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2015(독일)

by 샤인진

전쟁을 두 번이나 경험한 사람.

이름이 5개나 되는 사람.

불법체류자로서 당당할 수 없었던 사람.

감옥살이, 불법거주, 네 번의 추방, 귀환했던 사람. 그의 이름은 라비크.


불안했던 프랑스.

피난민.

능력과 실력은 남 못지않은 의사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기에

몰래 커튼뒤에 숨어 환자들의 수술을 맡으며 하루하루의 끼니를 챙겨요.


수술 전. 커피 한잔과 빵 조각.

수술 후. 칼바도스와 코냑.

가끔씩 치즈 먹을 기회에 행복을 느끼는 주인공 라비크.

집도 없는 호텔생활에 이곳저곳 흘러 다니지만 목표가 생겼을 거침없어요.

(조앙마두와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했을 때.)


읽는 내내 조앙마두(주인공과 사랑에 빠졌던 여자)의 행동이 귀찮게만 느껴졌어요. 아마 작가는 사회적으로 불안했던 배경을 조앙마두를 통해 표현해 주는 듯했어요.


1차 세계대전 후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조앙마두가 세상을 떠나고

덤덤하게 2차 세계대전을 맞아하는 라비크.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살기 위해 하나 둘 떠나요.

배에 탄 케이트(수술해 여자)를 보내고 라비크는 깨달아요.


모든 것이 무게도 없이 둥실 떠다녔다. 미래와 과거가 서로 만났으며 그 둘은 소망도 고통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어느 것도 다른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지도 더 강력하지도 않았다. 지평선들은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특별한 한 순간에도 존재의 저울은 균형을 유지했다.



균형...

라비크는 도망칠 수 있었어요.

같이 배를 탈 수 있었어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죽은 사람의 여권과 가짜 서류들로 잡히지 않을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라비크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런대로 멋진 생활이었다' 회상하는 리바크.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고 삶을 살아나갔기에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삶은 무엇인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삶이라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타인도 나를 도와 균형을 이룰 것이고 내가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간다면 올바르지 못한 사건으로 균형이 맞춰지겠구나...


라비크는 잡혀 들어가며 짐을 챙기라는 경관 앞에서 거의 모든 물건들을 놓고 와요.

가질 것도 없고 내 것도 없다.



한 사람은 그의 감정을 다시 살아나게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의 과거를 씻어주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새로운 시작이라면 바로 이런 것이다. 강해지기만 할 뿐 결코 부서지지는 않는다는 그런 기대 없이 인간은 시작하는 것이다. 재는 치워졌고 마비되었던 곳은 다시 살아났으며 냉소는 힘을 바뀌었다. 이것이면 충분했다.


라비크는 불안한 배경 속에서도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견뎠다기 보단 그 무거운 압박에도 태연히 나의 할 일을 하고 작은 쉼에 대해 고마워할 줄 아는.

그래서 여유로워요.

여유로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청하기.

남을 배려하고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을 소중히 들어줘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따스한 사랑이 느껴져요.

불안한 시대 속에도 역시 답은 사랑이에요.

그것이 기적을 만들고 사는 이유인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배경과 상황의 묘사가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스토리에 진전은 없는 책은 졸리고 답답했어요.

바다가 푸르고 비 오고 해 뜨고 바람이 불고... 두 페이지가 넘어가는 묘사.

'그래서? 다음 스토리는? 언제 나오는 거야...'

하품. 나... 하암.


이 책을 읽고 새로운 눈이 떠졌어요.

묘사와 은유가 예뻐요.

상상하게 만들었고 저의 내면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어요.

그렇게 마음을 책에 내어주게 되는 경험을 했어요.


읽으며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고 스토리가 없어도 그 묘사를 관찰하고 글로 공간을 여행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즐겁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책이에요.

독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개선문. 내 마음속에 저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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