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밥

<대회 중>

by 샤인진

배드민턴 대회 참가.

코트번호와 이름이 불린다. 두근두근.

9번 코트다.

대기하며 호흡한다.

쓱... 옆구리에 누군가 다가와 밀착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다정하다.


"어머 나랑 붙는 아가씬가보네 아까 보니까 너무 잘하더라."

"젊은 사람을 어떻게 이겨. 못 이기지."

"나 못해요. 봐주면서 해요. 살살해요"

"서브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우리는 그냥 동네민턴인데. 큰일 났네."


경기시작.

말씀대로 자세나 플레이를 보니 실력은 내가 한 수위다.

이상하다. 처음부터 말린다. 반응이 느리다.

끝났다 생각했는데, 넘어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셔틀콕이 계속 넘어온다.

그때서야... 앗차! 속았다.

정신 차려야 해... 생각했지만

게임은 끝났다.


새내기 배드민턴시절. 이런 분들께 박살이 났던 경험이 있다.

특히 성별 상관없이 나이를 무기로 동정 작전을 많이 펼친다.

이렇게 다가와 일부러 말을 거는 이유는 안심의 밑밥을 주입하기 위해서다.

'잘해 보이네. 두렵지만 나도 어느 정도 내공이 있어'라는 표현이다.

다정하게 얘기하시고 경기에 들어가면 눈빛이 돌변한다.

상대의 마음을 놓이게 한 후 따발총처럼 내공을 격발 한다.

방심한 틈을 더 비집고 가르며 승리를 쟁취한다.

그리곤 배드민턴 전쟁작전을 성공하여 승리한 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퇴장한다.



경험이 쌓이니 이제 안다.

앗! 옆구리로 존재감이 느껴진다.

'작전 시행하러 오신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보다 더 집중이 필요한 경기구나!' 더 또렷하게 인지한다.

힘이 더 쏟는다. 심장이 튼튼해지는 기분이다.

승률이 조금씩 상승한다.



충분한 실력을 지녔음에도 자주 승리를 놓치는 건 이런 사소하고 평소에 없었던 상황에 쉽게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밑밥을 경기의 일부라 생각하고 준비하자.

휩쓸리지 않고 우쭐함에 취하지도 않기.

이제 알았으니 속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