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줄넘기 700개로 하루를 아주 활짝 열었고 일을 마치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저녁 약속으로 좋아하는 초밥을 먹고 들어가는 길. 비가 스멀스멀 오네.
빗줄기가 굵어지고 무겁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가 하도 안와 가물어서 농업종사자 분들 걱정이 크신데 오랜만에 생명 다운 향기가 난다.
예전에는 비 오면 '비 오네'를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녁 줄넘기 해야 하는데?'로 바뀌어 있었다. 집 앞에 비를 막아 줄 지붕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 아쉽다.
찾아봐야겠네! 비가 와도 줄넘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 거야!
그렇게 아쉬움으로 집에 들어와 책을 펼쳤다.
어느 순간부터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창을 열고 밖을 보니 힘 약해진 부슬비가 오고 있다.
'이 정도의 비는 괜찮을 것 같네.'
맞아도 괜찮다 싶을 정도의 보슬비.
처음 시도해 본다. 나갔다. 줄을 돌렸다.
와... 카타르시스인가... 흥분됐다.
작년에 호주여행을 갔었다.
비 오는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우산 없이 신발도 신지 않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때는 문화가 독특하다 생각만 했었다. 그분들이 왜 그렇게 다녔는지 지금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경험해 봐야 안다. 살아나는 느낌이 느껴진다. 비를 맞아 몸이 젖어 무거워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다.
점프 때마다 미세한 돌 알갱이와 물기가 발가락 사이사이로 들어온다. 까슬까슬하다. 비, 줄넘기, 숨, 발 구르는 소리들이 땀과 섞여 더욱 생생하게 들렸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다.
날씨에 굴복하지 않고 목표를 실행하는 내가 대견하고 좋아지네.
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만 해서 걱정과 두려움이 존재했었던 것이었네. 행동하니 두려움과 고민이 사라졌다. 시도하길 잘했다. 그리고 할만하다. 계속해야지.
2,300개. 줄넘기를 못할 상황에 평소보다 더 많이 했다.
집을 나오자마자 실행 가능하고 끝나자마자 샤워로 마무리까지 깔끔한 줄넘기.
오늘도 심장이 커지는 기분이 느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