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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진 Oct 02. 2024

꿈줄의 시선

매일줄넘기 32일째

여기는 어두운 창고. 다양한 친구들이 존재하는 공간.

모두 자신의 할 일이 생길 때까지 기다림의 나날이 지속되는 조용한 동네이다.

햇볕이 진한날 우리 공간으로 들어오는 미세한 틈사이로 먼지 알갱이와 함께 빛의 아지랑이를 보는 것이 우리의 낙이다. 쓸모 있는 존재로 그곳을 나가는 날 우리는 소리 없는 축하와 박수를 쳐준다.

하나둘씩 여기를 나가고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왔다. 그중 나는 연배가 오래된 존재에 속해 있었다.

쓸모없는 존재로 각인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겉으로 표 나지 않는 늙음으로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물건 인생은 모르는 거라고 인간(샤인진)이 나를 만졌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손잡이가 들리고 줄이 들리고 몸이 공중으로 떴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리라는 직감이 왔다. 기쁨과 감동이 몰려왔다. 친구들과 동생들은 소리 없는 박수와 응원으로 나를 축하해 주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인간(샤인진)과 자주 만날 때는 다섯 번까지 만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햇빛에 놀라기도 했었다. 지금은 무지무지 기다려진다. 하루에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하루에 2,000번 이상 바닥과 리듬을 탄다.

탁탁탁탁, 타타닥닥, 휭휭, 앙앙앙, 렁렁렁.. 요즘은 혼자 작곡에 재미가 붙었다. 나중에 먼 훗날 심포니가 완성되면 들려주겠다.


어느 순간 나의 부속 부분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충실히 수행한 흔적에 뿌듯할 뿐이다. 삭아서 사라지는 것보다 쓰이고 쓰여 닳아서 없어지고 싶다. 계속 함께하고 싶다.

나는 운이 좋다. 세상에 꿈줄(붙여진 이름)로 태어나 쓸모 있는 놈으로 사용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금이 간 연두와 파랑이

인간(샤인진)말했다.

"어머 나의 친구, 꿈줄.. .구슬에 금이갔네... 에고.. 이제 시작이야 힘을 내줘! 할 수 있을 때까지 같이 가보자. 계속 함께 해줘서 고마워."


친구..라고 해줬다.. 친구가 생겼다! 뛰지 않는 심장에서 나만의 에너지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샤인진...은 나에게 행복과 자신감을 주었다.


날씨가 시원해 질랑말랑한다. 선선해지면 리듬을 더 많이 탈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나의 소중한 친구와 함께 무지갯빛 리듬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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