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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의 말(소생된 의지)

해맑금주(金作)60일째

by 샤인진

친한 동생이 예쁜 집으로 이사를 했다.

축하파티를 연다. 집들이가 있는 날이다.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모두 모였다.


오늘 파티의 주음식인 족발과 고추잡채, 짬뽕과 과일, 양배추가 새로 장만한 식탁에 가득한 온기와 싱싱함으로 채워졌다.


양배추는 내가 좋아하는 야채이다. 우리가 모이면 언제부터인가 식탁에 꼭 빠지지 않는 생 양배추.

내가 처음 생 양배추를 사갔던 날. 이런 걸 누가 먹냐며 다들 이상하게 보았다. 그래도 나는 건강에 좋고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린다며 아삭한 양배추를 얇게 채 썰어 푸짐하게 쌓아 놓았다. 먹다 보면 어느새 밑바닥이 드러난다. 심지어 과자와 같이 먹어도 맛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동생들은 생각보다 맛있네? 하며 손이 계속 양배추 쪽으로 저절로 움직인다. 양배추 몰이가 시작된다. 술을 먹어도 양배추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다음 날 속도 편안하다고 한다. 그날 이후 나와의 식사나 술자리에는 항상 생 양배추를 준비해 주는 마음 따뜻한 동생들이다.


여하튼, 이제 각자의 술을 고른다.

"나는 소맥, 나는 맥주, 나도 맥주"

"나는 현미차!!!"

주방 선반을 열어 잔을 고르러 간다. 오예! 와인잔이 있다. 현미 티백을 넣고 와인잔에 따뜻하게 우린다. 점점 현미 색이 짙어지며 구수한 색으로 변신한다.


각자의 잔을 채우고 축하 건배


"언니 진짜 술 안 먹어?"

"누나 진짜 술 끊었어?"

"응! 끊었어"

그렇게 우리는 똑같은 노란색 물로 잔을 부딪히며 건배를 했다.

오랜만에 행복물결 위에서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 노를 저으며 시간을 보냈다.


집에 갈 시간. 묻는다.

"언니 차 가져왔죠? 대리해서 가야지. 불러야겠다"

"응? 나 술 안 먹었는데?"

"와... 맞다... 이 누나 진정한 MBTI 찐 E다."

내가 술을 먹으나 안 먹으나 분위기가 술 마신거랑 똑같아서 다들 술을 마신 줄 착각을 했다는 것이다. 기분 좋았다. 노력하지 않아도 술자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 현장. 다들 재미있었다고 말하며 방긋, 호탕, 빙그레 웃고 즐기며 밝은 에너지를 한껏 충전했다.


술을 안 먹으니 주위사람들이 편해졌다. 차로 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가능해졌다.

차에 타면서 동생이 얘기한다.

"누나 진짜 술을 끊는다고 딱 안 먹는 그 의지가 부럽고 대단해요"

고마웠다....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끈적하게 머물러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풀어졌다.


박웅현 작가 '책은 도끼다.'책에 실린, 손철주 작가님의 '인생이 그림 같다'에 있는 문장이 생각났다.

'치열하고 노력이 상당하지만 멀리서 보면 행복하고, 그저 평화로운 풍경 같다'


생각해 보았다.

저 멀리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을 상상해 본다.

노부부는 춥고 이 눈길에서 행여나 넘어질까 무섭고 서로를 꽉 잡은 채 발가락에 힘을 줘가며 걷는다. 하지만 남들이 멀리서 볼 때는 그저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예쁘다. 나도 나중에 나이 들면 꼭 손잡고 다녀야지 하는 낭만스러움도 느낀다.


술은 나는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다. 좋아했고 즐겨 먹었고 술로 인한 추억도 많았다.

지금 나는 술을 끊었고 멈추었다. 스스로 절제하는 삶을 살고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하듯 남이 볼 때는 간단하고 쉬워 보일 수 있다는 풍경 속에 있는 중이다.


런 와중에 이렇게 동생의 한마디가 고마웠고 힘이 났다.

또 1초 만에 끝나는 이런 사소한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우는 고마운 하루였다. 힘난다. 고마워 동생. ^_^


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 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

나의 소중한 삶을 위해 참고 견디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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