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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진 Nov 25. 2024

금주의 첫 번째 고비(초콜릿)

해맑금주(金作)47일째

달다.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은 그 맛을 안다. 그 도수 높은 알코올의 물이 중독성 있게 맛있다.

그 맛을 잊은 지 47일째가 되었다.


금주를 하고 1달 정도가 지날 무렵 나는 초콜릿과 비밀스러운 교신을 시작했다.

부드러운 초콜릿쿠키류를 냉동실에 넣는다. 얼려서 먹으면 초콜릿 케이크와 흡사하다.

초콜릿을 에워싼 빛나는 은박지를 흘깃 벗기고 톡톡 잘라 입속에 넣고 녹여먹는다.

초콜릿과자의 첼로, 하프, 마차 그림을 감상하며 커피와 즐긴다.

종이 줄을 살짝 잡아당겨 까먹는 종모양 초콜릿, 초코버섯을 한 입에 쏙.

궁금한 두바이 초콜릿. 수제 초콜릿과 도넛 매장으로 간다.

두바이 초콜릿과 도넛을 구매하고 부드러움 속 아삭아삭 초콜릿의 새로운 맛과 식감을 느낀다. 

나는 술 대신 초콜릿에 취하있었다.


처음 맛보는 두바이 초콜릿과 도넛


술의 금단현상이 초콜릿으로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올 것이 왔구나

 '그래 술을 멈추기 위해 찾아왔으니 환영까지는 아니어도 알아봐 주자.'

어느 때에는 사람의 적응력이 무서울 때가 있다. 양이 줄지 않고 점점 늘어났다. 밥 먹고, 식사 후, 운동 끝, 자기 전에도 찾았다. 이대로 가다간 큰 사단이 날 것만 같았다.

아는 동생도 "누나 이런 쿠키 같은 거 안 먹었었잖아?"

"금주로 인한 갈증해소가 초콜릿으로 왔나 봐" 스스로 인정하면서 대책이 필요함을 느꼈다.


건강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겠다. 우선 줄일 수 있는 방법부터 고민했다. 대체가 필요했다.

첫 번째는 카카오함량이 많은 초콜릿을 찾았고 함량 100%를 구매했다. 못생겼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알싸하다. 고소하다. 우선 초콜릿과 색과 모양이 똑같아 눈으로 대체가 되었다. 입에 넣고 녹여먹거나 씹어도 비슷한 식감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살짝 쓴맛이 있어서 릴레이로 이어지는 먹성이 터지지 않았다. 몇 개를 먹고 나면 멈춰졌다. 만족감이 있었다. 성공이다.


못생겼지만 효과있는 카카오100% 초콜릿


그렇게 건강한 일주일을 보내고 조금씩 단 초콜릿이 다시 당겼다. 당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럼 이왕 당을 먹을 거면 좋은 당을 먹자!'

단것이 당길 때나 자기 전, 자연산  한 숟가락정도의 양을 짜서 물에 타먹기도 하고 그냥 숟가락으로 먹고, 과일에도 찍어 먹었다. 이 또한 효과가 있었다.


나는 초콜릿을 먹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다만 초콜릿에 지배당하는 것처럼, 그것이 온통 나를 차지하는 기분은 느끼고 싶지 않다.

내안에 똬리를 틀고 주인행세하는 초콜릿은 못봐주겠다. 내가 초콜릿을 지배한다. 갈망하지 않는다. 

초콜릿으로 찾아온 첫 번째 금주의 고비를 넘기고 있는 요즘이다. 


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 고비는 기회인 것을 알기에 힘을 내본다.

금주로 노력하시는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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