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금주(金作)42일째
술과 관련된 습관적인 몸짓의 사그라짐이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사람들도 술자리에 나를 찾지 않는다.
밥으로 대체한다. 커피나 차로 대체한다.
금주하지만 나의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술 때문에 만남을 유지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과 건강도 챙기고 있으니. 곱절로 행복하다. 만약 금주로 인맥이 바뀌거나 큰 변동이 있었다면 그것은 나보다 술이 존재가 더 컸던 것이다. 혹시나 그러한 상황이 생긴다면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감사를 느끼고 방향을 빨리 수정하면 된다.
다만 횟수가 줄었다. 오랜만에 만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더욱 소중하고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니 발전적이고 부담 없다. 진취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분위기로 상황이 자연스레 전개된다.
대화 중 했던 얘기 하고, 또 하고, 술 마실 때 자주 발생되는 도돌이표 대화가 없어졌다. 풍성하고 긍정적인 이야깃거리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증발 없이 오간다. 정신을 몽롱하게 알코올의 세상으로 데려가는 술의 능력에 지배당하지 않으니 지금 현재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 타인의 얘기를 더 잘 들어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음 연습을 하게 된다.
물론 안다. 술은 정신을 말랑하게 풀어주며 불편함을 편함으로 중화시켜 유연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잘 알고 있다. 그 방법도 있지만 이제는 술 없는 고유의 나의 진정성으로 처음부터 다가가는 연습이 되고 있다. 마음을 열고 만나니 더 사랑스럽다. 그럼 상대의 마음도 열린다. 똑똑, 노크하지 않아도 열린다. 대화 중 보호하고자 하는 장벽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녹으면서 의미가 큰 대화까지도 술술 나온다. 나도 덩달아 그 마음을 받으며 나의 그릇이 커지려 움직이는 꿈틀 함을 받곤 한다.
상대가 전달하려는 내용과 감정의 메시지가 정성스레 귀라는 동그랗고 작은 통로로 들어와 마음의 길까지 흘러 전달되니 그것을 느끼는 상대도 나로 인해 편안함과 위안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함에 귀와 마음이 보들보들 간지럽다.
금주 전, 이야기를 들어도 기억을 못 하거나 취해 대충 듣고 넘겼던 시간과 대화의 증발 경험이 있었음을 알기에 변화된 지금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따뜻함을 깨끗하게 그대로 전달하며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운동하고, 산책하고, 독서하고, 대화를 나누는 금주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나를 바르게 이끌고 윤택하게 하는지를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해맑금주(황금金창조주作)-삶을 해맑게 황금으로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