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서 생각하기 싫어서 잠을 많이 자

뭣하러 쓸모없이 나의 '진짜' 고민을 이야기했지?

by 물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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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생각같은 걸 하게 되잖아. 평생 자고만 싶어."

(c) 친구끼리 이러는 거 아니야 (카카오페이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하기 싫어서 자게 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한 적이 있다. 최근 일이었는데도 어떤 맥락에서 했는지도 누구에게 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하여튼 그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내가 잠을 왜 많이 자게 됐는지 생각해 봤는데,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생각하기 싫어서 잠을 자.


들은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을 뿐, 알아듣지 못했다. 적어도 내 기억에서는 그렇다. 기대하던 반응은 아니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하는 표정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한 줄의 말조차, 내 감정이 무엇인지 읽고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그것이 세상이며 이치이고, 사람이란 존재의 한계다.


나는 없던 기대를 다시 잃었으며 오늘도 그렇게, 그러려니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 감정에 딱 맞게 행동하는 사람을 원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달려 와 화를 낸다. 자기 감정을 알아주지 못한 그 사람에게 공격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떤 인물이 자기 생각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자기 존재가 위협당했다고 느낀다. 우스운 일이다. 정작 당신들도 내 감정이나 내 말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는 걸? 허울 뿐인 공감은 존나게들 잘 해요.


말을 뱉고, 그 말들이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한 채로, 그저 발화의 상태에 그친 채로 공중에서 휘발된다. 그럼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 그냥 집값이 얼마고 연봉이 얼마고 이런 얘기를 하면 그나마 나으려나? 뭣하러 쓸모없이 나의 '진짜' 고민을 이야기했지?


진심이 거짓보다 못해 보이는 세상에서 나는 괜찮다는 듯 진심을 감춘다. 상처 받고 싶지 않다.

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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