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한 그날 잠들 수 없던 그 밤

많은 것을 지우려 애쓴다. 자는 순간마저도.

by 물밑



638726772043119301_0.png From - 플레이브



취침이 늦어지고 있다. 덩달아 기상 시간도 늦어지고 있다.


요즘 왜케 늦게 살아?


내 생활 패턴 때문에 들은 말이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여섯 시 수영을 가던 때가 있었다. 시간을 아껴 공부를 하고 알바를 가고 밥을 챙겨 먹던 때가 있었다. 여러 가지 일을 맡고 바쁘게 뛰어다니던 때가 있었다. 필사적으로.


필사적이어서 이렇게 된 건가. 필생즉사 필사즉생. 그 논리에 따르면 난 살아야 했는데 어쩐지 죽었다. 아마 그건 죽을 각오로 그걸 한 게 아니라 잘살아 보려는 알량한 마음가짐으로 그걸 했기 때문일 것이다.


잠언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이 말씀을 좋아한다. 평생 나를 괴롭히던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서 안 되는 것이 있고, 그걸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길이다. 내가 하는 것도 하지 않은 것도 하지 못한 것도 포기한 것도, 다 길이다. 다 내가 한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한 일을 보상받고 싶어 한다. 재밌는 건 이 보상이 '내가 생각한 기대에 맞는' 보상이라는 거다. 아, 내가 이렇게 했으니 이게 있겠지. 내가 저렇게 했으니 저렇게 되겠지. 내가 생각한 기준과 달라지면 내가 했던 일도 다 무용지물이 된다. 적어도 난 그랬다.


잠들지 못한 그날, 잠들 수 없던 그 밤, 무너질 수 없었던 일어서야만 했던.


잠들지 못한 날들과 잠들 수 없는 밤이 반복된다. 잠들지 못하고, 그래서 잠들 수 없는 밤을 지새우고,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 자정이 두 시가 되고, 세 시가 되고, 네 시가 되다가 조만간 다섯 시를 찍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생각들. 잊고 싶지만 잊지 못하는 기억들. 후회라는 이름의 불안. 반성이란 이름의 질책. 밤의 나는애써 눈을 감고 깜깜히, 많은 것을 지우려 애쓴다. 자는 순간마저도.

월, 목, 일 연재
이전 06화생각이 많아서 생각하기 싫어서 잠을 많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