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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ira Aug 07. 2024

영화 '잠'을 감상 후 느낀 소회

우리의 삶 에서 믿음이란 무엇인가?

작년 추석에 연휴를 맞이하여 극장에 가서 영화 '잠'을 관람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분의 추천과 소개로 본 영화인데 봉준호 감독님의 제자 분인 

유재선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다.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니 만큼 각본에 얼마나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을지,

그리고 관객의 호응에 부응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작품을 만들었을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삶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인 몽유병과 무속신앙 등을 매개로 잔잔하지만 

머리를 쭈뼛서게 만드는 스토리의 전개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그 스토리의 줄기에서 일관되게 존재하는 것은 '믿음'이었다.     


영화의 해석에 관해서는 개개인마다 다른 소회가 존재할 수 있으나, 

본인이 느낀 점에 비추어 이 영화에서 감독님의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는 

1. 세상에 존재하는 믿음 2. 믿음을 통해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의 감정 

3.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믿음의 위대한 힘으로 정의하고 싶다.(작가 본인의 견해)     


본인은 이 영화를 몽유병과 무속신앙을 소재로 하여 잔잔한 스릴러로 풀어낸 

'믿음학(Credology)의 정석'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1.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믿음(제1장)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다양한 믿음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 믿음이 실제 하는지 혹은 증명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영역이다. 

윗집에서 '쿵쿵' 소음이 나더라도 그 소음이 정말 윗집에서 발생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외부로부터 느낌을 전달받고 그것을 믿음으로써 진실이라고 해석한다.     

영화의 제1장에서 우리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총체인 '믿음'이라는 것이 날카롭게 표현되었다.  


수진(정유미氏)은 소음을 낸 적이 없지만 윗집에 사는 민정(김국희氏)은 일주일 동안 참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고 하는 부분에서 이 점이 잘 표현됐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낸 소리인지, 귀신이 낸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또한 현수(이선균氏)가 밤 중에 냉장고에서 날 음식을 꺼내먹고 수돗물로 입가심을 하는 등 

괴이한 행동을 한다. 동일한 행위를 극 중 등장인물들의 믿음에 따라 수진은 몽유병(수면장애)으로 

해석하지만 수진의 어머니는 귀신의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믿음에 따라 문제의 해결방법은 수면클리닉과 부적의 힘을 빌어보는 방법이라는 평행선을 

달리게 되지만... 믿음의 속성을 날카롭게 묘사하였다.     


2. 믿음을 통해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의 감정(제2장)     

현수의 몽유병(수면장애)의 증세가 심해지면서 수진과 아기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     

부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수면장애에 대처하기 위해 약효가 더 강한 약을 처방받길 원했지만 

의사는 '언젠가는 낫는다'는 불확실한 믿음을 그들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수진은 의사에게 약병을 집어던진다.

그리고 수진은 집에 돌아와 그 의사를 '돌팔이'라 하였다.     


이 장면에서 믿음에 대한 희로애락이 극적으로 묘사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진은 현수가 겪고 있는 수면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쁨의 감정(희, 喜)이 있었다. 

그렇지만 밤중에 욕실에서 아기를 껴안고 극도의 공포감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어려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좌절되어 슬픔(애, 哀)을 느꼈을 것이다. 

그 슬픔에 기름을 부어 분노(로, 怒)로 전환시킨 것은 의사의 기약 없는 말 한마디인 

'언젠가는 낫는다'였다.     


실제로 사람들은 일상에서 말 한마디에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되고 그것은 곧 믿음이 되어 

행동으로 표출되거나 믿음의 대상(=의사)이 불신의 대상(=돌팔이)으로 전환이 된다.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믿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날카롭게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공신력과 전문성을 보유할수록 더욱더.    


그리고 수진은 잠을 자고 있는 현수에게 '정말로 내 딸을 죽일 거냐'라고 소리치자 현수는 

'몰라'라고 잠꼬대를 하였다. 그 후 불신했던 귀신의 존재와 무속신앙에 믿음을 갖게 된다. 


믿음의 절대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표현하기 힘든 심한 악몽을 꾸게 된다. 급기야 현수는 수진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그 후 자신이 원하던 약효가 약빨이 잘 받는 강한 약을 처방받고 수진을 안심시킨다.     

실제 생활에서 우리의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이 상대방의 믿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날카롭게 묘사한 감독님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3.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믿음의 위대한 힘(제3장)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라는 가훈 패(牌)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호가 공유하는 

믿음에 대한 긍정적이며 위대한 힘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극 중에서 수진은 합리성으로 가장하고 문제해결을 회피하려는 현수를 채근하며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수진이 자신의 옆에 걸린 가훈 패를 떼어 현수의 등 뒤에 있는 거울로 집어던져 

그 거울이 깨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것으로, 한 번 깨진 믿음은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실제로 믿음이 깨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한 순간이다.)     


그리고 현수는 바닥에 떨어진 가훈 패를 집어 들어 제자리에 걸어두는 행동으로 수진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한다. 상대의 '믿음'을 존중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수진의 시각에서 현수를 괴롭히던 영혼이 빛을 내며 이승에서 떠나게 된다. 


수진의 시각에서 바라본 빛이 누구를 위한 문제 해결인지는 모호하였으나, 실제와 꿈을 혼동하게 하는 

신출귀몰한 연출 덕분에 이 장면이 강력한 믿음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짐작하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믿음(信)'이란 줄기(plot)를 유지하면서 스릴러를 통해 관객들의 흥미와 몰입도를

끌어내는 감독님의 재능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나의 믿음과 다른 사람들의 믿음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혜로운 삶은 위한 믿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긴 시간 동안 가슴 한편에 남을 거 같다.     


한편 지난 6개월 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겪기도 하였지만 다른 분야에서 작은 

성과를 거두어 꾸준히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하거나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가장 선행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몸에 맞는 옷(=적성)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옷을 찾았으면 확신의 믿음을 갖고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성장해야 한다.     


오늘 본 영화는 본인의 믿음(信)에 대한 평소 생각을 뒤돌아 보게 만들었으며, 믿음에 대한 

시각과 저변을 넓혀 주었다.     


앞으로의 여정이 그 옷을 찾는 과정이길 바라면서... 글을 마쳐본다.          

  

Pic sourced from freepik.com     


Published on the 7th of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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