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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울해지기 시작하면 너에게 전화를 해!

당신과의 걸음걸음이 끝이 없기를 바래.

by 빛나는 윤별경


"여보 나 출근!"

"수고!"

하이톤으로 답을 한다.

늦게 퇴근할 때면, 집에 있는 남편에게

퇴근한다고 전화를 하면,

"계세요?"내가 이야기하면

"네! 개 2마리랑 같이 있어요.


우울해지거나, 기분이 다운되면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그는 항상 밝은 톤으로 이야기를 한다.


어젠 아침부터 몸이 푹 꺼질 정도로

아프기 시작하고, 나 이래서

죽는 건가? 공포가 몰려왔다.

며칠간 업무가 빡빡할 정도로

일을 해 나갔었다.

그 와중에 아들이 하루 왔다가

자고 가기도 하였다.

거실에 자고있는 녀석을 보니 흐뭇해졌다.

아들은 토. 일을 포함해서 주 4일은

근무하고, 3일은 휴무이다.

우수직원 선착순으로 하기에,

10월부터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날 아들이사는 부산으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날에

태워주 바로 출근하였다.

거기에서 아들은 대구 가는 작은언니를

만나면서 조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아들이 전화를 하여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26살인 조카는 뇌종양이었고 다행히

양성이어서 월요일 입원해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날은 일도바뻣지만 조카 때문에

많이 울고 아팠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발행하고,

어제아침 부랴부랴 삭제를 하였다.

나의 솔직한 글들. 가족이야기.

솔직한 나의 일상들이 나의

무기라 생각하고 글을 발행했지만

그 무기가 나를 향해 내 머리로,

나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다.

더 아파하게되었고 더 몸을 가눌 수가

없도록 주저앉게 만들었다.

그렇게 발행하고 삭제한글들이

몇 개가 되었다.


어제 출근하여 겨우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왔지만 남편은 병원 갔다가

늦게서야 집으로 오고 있었다.

남편은 집안의 가라앉은 공기를

알아차렸는지, 조용히 식사준비를

하였고 나도 거들기 시작했다.


밥을 먹으면서

"00(조카이름) 이 때문에 그런 거야?"

"그렇긴 한데 일도 힘들기도 했고,

00(아들이름)이가 전화 와서 엄청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해서 놀랐어."


"당신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아!이런 일도 있었네. 그런 게 아니고

당신은 지나간 과거일에 지금 일인양

엄청 동기화되어서 아파해.

조금은 힘들이지 말고 내려놓듯

쓰면 어때? 난 글을 잘 못 쓰기도

하고 재주도 없지만 당신 글도

잘 모르지만, 쓰고 나면 당신이

많이 울거나 아파하는 게

선명하게 보여서 안타까워"


남편은 내가 뭘 하든 지지하고

응원해 준다.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을 때도 기뻐해주었고

당신 욕도 쓴다!하면, 많이 쓰라.

엄청 많을 건데 하기도 한다.

남편은 구독은 하였지만

브런치 어플도 깔지 않았고

나의 글을 읽지도, 보지도 않는다.

오롯이 나의 19호실이라고

생각하여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일을 할 때는 80%로 기운을

써서 일해. 당신을 보면 100%로

온 힘을 써서 항상 일을 하는 것 같아.

그러니깐 집에 오면 완전 방전상태가

되는 거야. 바쁠 땐 중간중간

쉼 호흡하면서 일을 했으면 좋겠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우린 저녁을 먹고 산책하듯

걸어 나와 1시간가량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추운 날 손을 붙잡고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면서.


"여보 누가 그러는데 부부는

서로를 향해 마주보는 게 아니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라고 했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앞으로 남은

인생 잘 살아봅시다."

남편의 말에 그래. 고맙수!

하며 웃으며 걸어왔다.

지금의 나의일엔 끝이 있지만,

당신과의 걸음은 앞으로 몇십 년

같이 걸어 나가야 하는 우리는

부부라는 이름로 잘 걸어나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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