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가족들이 이사 왔을 땐
내가 2살때 였다고 했다.
그때 우린 셋방살이였다.
집주인 안채가 있고,
우리는 방 2칸짜리 아래채였다.
집 주인은 학교 선생님이셨다.
부인과 아들 둘, 딸 한명.
딸이 막내였는데 나보다
3살 많은 언니였다.
그 언니가 지능이 떨어진다고
느낀 건 내가 국민학교1학년 때였다.
학교 입학전 언니 둘에게 미리
공부를 배워 한글은 다 읽을 줄
알았고,구구단까지 다 외운 상태였다.
집주인 언닌 국민학교 4학년 이었지만
자기이름도 쓸 줄 몰라해서
내가 언니이름 써주곤 했다.
예전 우리집과 비슷한 네이버사진.
주인 아주머니도 조금 이상했다.
엄마가 조용하게 자주 말했다.
"덩더꾼이다(덜렁거린다는 사투리)
저 아지매는"
매번 사고쳐서 주인아저씨께 혼났다.
옷 장사할거라고 옷을 엄청 사들여
제 값도 못받고,나중엔 동네 분들에게
다 퍼주고, 화장품 장사 할거라고
또 화장품 사들여 다 퍼주기 일상이었다.
주인집 아들들은 공부도 잘 해서
대구에 있는 대학교와 고등학교
다녀서 방을 얻어 나간 지 오래였다.
아주머니 친정집이 부자였고,
아주머니 오빠가 국회의원 이셨다.
한 번 뵌적있는데, 엄마에게 부탁
하셨단다.형제들은 다 똑똑하고
잘 살지만, 아주머니만 조금 생각이
떨어져서 매번 걱정이라고 하셨단다.
엄마에게 옆에서 잘 도와주고
살림살이도 모르니 봐달라고
하시면서 소고기 두근을 사
주셨다고 했다.
네이버 사진. 어느 날 햇볕이 좋은 봄날 오후.
엄마는 한복만드시느라 미싱
돌리고 계셨고, 난 마루에 엎드려
숙제를 하고 있었다.
안채마당에서 시끌시끌이었다.
미싱소리에 파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숙제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주인집 언니가 빤스만 입고 나에게
달려 오고있었다.
순간 난 놀라 벌떡 일어나면서도
4학년이어서 가슴이 봉긋한
언니를 보고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며, 동네사람들 보면
안 될것 같아서 대문을 닫았다.
"아지매요.우리엄마 좀 말려주이소."
엄마가 미싱돌리다 말고 나와서,
"와?" "울 엄마가요. 가마솥에
물 끓여가 내보고 거기들어가라고"
"이 뭔소리고?"
뒤이어 빗자루 들고 온 아주머니가
오고 계셨고,그 언니는 엄마뒤에
숨었다.
내용은, 주인아줌마가 가마솥에
물 끓여서 장독을 씻고나서
조금 식어서 거기에 언니보고
목욕시킨다고 옷벗기고 들어가라고
했단다. 막상 언니가 들어가보니
뜨거워서 안 들어간다고 나오니
주인아줌마가 두들겨 팼다고 한다.
"아이고!옥이엄마.아무리 식어도
그렇지.아직 열기가 있는 무쇠솥에
바닥에는 장작불도 살아 있는데
아 를 거기넣어서 뭔 목욕
시키는교?닭 삶는것도 아니고,
다라이에 물 받아서 따뜻하게 씻기시더.나랑같이"
그렇게 일단락시키고 나랑
그 언니는 번갈아 가며 큰 고무
다라이에 목욕했다.
그날 밤 언닌 주인아저씨께
고자질했고, 아저씨께서는
화가나서 욕하는 소리가
우리 방까지 들렸다.
"니 미칬나?아 죽일라고 환장했나?"
몇 년후 주인아저씨는 대구에 있는
학교로 발령나서,이사 가게 되어
엄만 한복만들어서 악착같이
모은돈과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한 곗돈을 먼저타서
셋방살던 이 집을 샀고,
난 50년넘게 이 집에 살고있다.
주인부부의 소식은 지금은
알 수가 없지만 90이 훨씬
넘으셔서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옥이 언니도 잘 살고 있겠지.
걱정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