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일기 009. 내게는 얼마만큼의 용기가 남아 있을까

by 루시엘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거의 25년 전 인간극장을 보게 됐는데, 그 내용은 일본 야쿠자 출신의 남자가 예수를 믿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완전히 바뀐 삶을 사는 것이었다.

믿지 않는 남편과 살면서 교회의 사역이나 예배에 참석하는데 적지 않게 눈치를 보고 있는 내 모습과 인간극장의 야쿠자 출신 나카지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는 이미 조직은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조직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담은 영화를 만들고, 야쿠자 출신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십자가를 메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등 야쿠자들이 보기에 상당히 불편한 행동들을 자처한다.

결국 오야붕 앞에 불려 가게 된 그는 긴장된 모습으로 그 앞에 선다. 하지만,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고 할 말은 한다. 오야붕도 (카메라 앞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달라진 그의 삶을 응원하면서도 우리는 너를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놓치지 않는다.

내 남편도 오야붕과 비슷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자신은 믿지 않는 어떤 신념에 대해 이해가 되진 않지만, 아내가 좋아하니 적극적으로 막진 못하고 은근히 예의주시하는 모습이 아주 데칼코마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남편 앞에서 내 신앙생활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용기가 얼마큼 남아 있을까? 이런 대화 주제가 나오면 조금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서로의 생각이 거의 극단에 있기 때문이다. 나카지마도 당연히 그 자리가 편하지 않았겠지만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자신의 할 말은 한다.

나에게도 그렇게 할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야 할 텐데 아직은 그런 대화 주제를 피하게 되고, 혹여나 나오게 되더라도 남편의 반응에 낙심한다. 남편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속상한 것이 사실이다.

설교를 듣고, 말씀을 보면 소망을 잃지 말라고, 하나님께서는 신실하시므로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때가 있다.

그래, 언젠가는 이뤄주시겠지 그런데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 같은데?

대체로 낙심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끔 소망을 붙잡게 되는 것. 이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하나님이 내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시는지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이 남편 구원에 대한 믿음이다.

때로는 낙심되고, 지치고, 그냥 포기할까 싶을 때가 더 많지만 말씀 앞에 서면 그러한 마음은 내가 품지 말아야 할 마음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내 이성은 안 될 거라고 하는데, 성경에서는 될 거라고 한다. 성경 말씀을 100퍼센트 신뢰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답답하고, 엘리야처럼 저 멀리 손바닥 만한 구름이라도 보여주시지 않는 것에 하나님이 야속할 때도 있다.

모든 것은 훈련과 연단의 과정임을 알면서도 막상 그 과정이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치 군대에 입대하면 언제 끝날지 알고, 매일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하루하루를 견뎌내기 힘든 것처럼 결과를 알고 있다고 해서 매번 부딪히는 난관들이 기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모든 염려와 무거운 짐을 주께 맡기라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그 말씀을 진부하다 생각하지 말고 붙잡아야 한다. 악한 영에게 어떠한 틈도 주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더욱 무장하고, 하나님의 섭리와 구속사에 동참하며 오늘 하루도 믿음의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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